극단 초인, 기억해야 할 역사의 진실담은 연극  '특급호텔' 26일  '꿈의숲아트센터 퍼포먼스홀' 무대 올려

"진실의 반대는 거짓이 아니라 망각이다." 5.26(금) ~ 5.28(일) 금요일 19:30 / 토요일 일요일 15:00

2024-05-11     김종혁 기자

매일일보 = 김종혁 기자  |  세종문화회관 꿈의숲아트센터 상주예술단체인 극단 초인(대표 박정의)이  05. 26(금) ~ 05. 28(일)까지 연극 <특급호텔>을 꿈의숲아트센터 퍼포먼스홀에서 선보인다.

<특급호텔>은 미국 극작가 라본느 뮐러(Lavonne Mueller)가 일본에 체류하던 중 우연히 '위안부'에 관한 이야기를 접한 뒤, 수년간 집필에 몰두해 완성했다.  그 당시 위안부 막사를 지칭했던 <특급호텔>을 원제로 붙여 작품의 상징성을 한층 강렬하게 부각한 희곡 작품이다.

'일본 군대에 유린되고 성의 노예가 된 네 여인의 삶을 호소력 있게 그려냈다'는 평을 받으며 2001년 국제평화상과 반전연극상을 수상하는 등, 작품의 강렬한 메시지와 사실적이면서도 탁월한 묘사로 극찬을 받은 이 작품 <특급호텔>은 2008년 서울연극제에서 박정의 연출에 의해 초연된 뒤 아르헨티나, 스페인, 이란의 국제공연예술제에 초청됐다.

홀로코스트를 세상에 알린 것은 뉴스가 아니라 연극 '안네 프랑크의 일기'

홀로코스트를 세상에 알린 것은 뉴스가 아니라 연극 <안네 프랑크의 일기>였다. 사죄와 배상은커녕 역사의 진실을 은폐하기에 급급한 폭력의 가해자들에게 진실은 결코 잊을 수도 짓밟을 수도 없는 것임을, 그리고 피해자들의 고통과 인내를 딛고 자라난 후손들에게 진실의 반대는 거짓이 아니라 망각임을, 극단 초인은 연극 <특급호텔>을 통해 다시 한번 또박또박 말하려 한다. 극단 초인은 '안보와 동맹'이라는 이름의 지우개로 거대한 폭력의 역사를 황급히 지워나가는 요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엄연히 존재했던 위안부들의 존재와 그녀들에게 가해진 잔인하고 처참했던 실상을 적나라한 고통까지 빠짐없이 진솔하게 알리고자 이 작품을 다시 한번 무대에 올리기로 했다.
이 극은 일반적인 페미니즘 연극이 아니다. 이것은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한 강렬한 한 편의 서사이며 제의적 성격까지 지닌다. 극은 옥동 (당시 나이 18세), 금순(당시 나이 17세), 보배(당시 나이 16세), 선희(당시 나이 11세)는 가슴에 묻어두었던 치욕의 경험을 스스로 이야기함으로써 상처와 고통을 어루만지고, 관객을 공감의 세계로 이끈다. 이들의 말하기는 섬뜩한 체험으로 채워져 있지만 절제된 언어로 표현되며 관객의 마음속에서 아름다운 시로 다시 피어난다. 참혹했던 장면들은 강렬한 움직임을 통해 선명한 이미지로 시각화되어 작품의 상징성을 극대화한다.

 아르헨티나에서 이란까지

<특급호텔>은 2008년 서울연극제 및 팜스초이스(PAMS choice), 대학로 우수작품 인큐베이팅 지원사업 선정작으로,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초연될 당시, 이미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이를 인상 깊게 본 아르헨티나 페스티벌 관계자의 요청으로 2009년 아르헨티나 국제 연극 페스티벌 FIBA에 초청받기에 이른다. FIBA는 남미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행사의 하나로 인정받을 정도로 화제의 중심선상에 있는 세계적인 축제다. <특급호텔>은 공연 후, 현지 관객과 언론, 예술계 인사들로부터 굉장한 찬사와 관심을 받았다. 특히 까다롭기로 유명한 아르헨티나 유력 언론 LA NACION은 <특급호텔>에만 유일하게 최고 평점을 부여해 작품성을 높이 평가했다.
이어 2011년에는 스페인 D-Feria 페스티벌에 초청됐다. 공연 이후 스페인 북부지역 순회공연 제의를 받아 2016년 san Sebastian Victoria Eugenia theatre, Valladolid Theatre of Zorrilla 에서 다시 한번 초청공연을 올렸다. 2013년 1월에는 중동지역에서 가장 명망 높은 이란 파지르 페스티벌에서도 초청공연을 올렸다. 이슬람 국가에서 역사 속 여성이 중심인 이야기를 공연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특급호텔>은 그것을 이뤄냈다. 단순히 한국, 또는 아시아 연극이라는 생경함과 신선함에서 비롯된 관심이 아니라 작품성 그 자체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아르헨티나 및 스페인, 이란 공연의 파급효과는 상당히 컸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아르헨티나에서는 1,000여 석을 수용하는 대극장에서 3회 공연 모두 매진 사례를 기록해 대중들의 뜨거운 관심도를 입증했다. 과거의 역사로 잊혀져 가는 위안부 문제를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 환기시킬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 성과는 상당히 놀랄만한 것이었다.

 "이 연극의 초점은 인간이다. 그날의 그들은 한갓 군수품으로 취급되었지만, 이제 그들은 무대를 통해 당당히 그날을 증언하는 중인이 되어 우리 앞에 설 것이다." -- 극단 초인

  원작자 라본느 뮐러(Lavonne Mueller) --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의 실상이 잘 알려지도록 한 것은 뉴스나 통계자료가 아니라 안네 프랑크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연극이었습니다. 이번 공연이 일본군 위안부의 실체를 더 알리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기여했으면 합니다" -- 2008년 한국 방문 당시 작가 인터뷰-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라본느 뮐러는 5년간 콜롬비아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우드로우 윌슨(Woodrow Wilson) 객원 학자로 미국 내 여러 지역의 대학에서 집필 프로그램을 설립했다. 인도, 핀란드, 루마니아, 일본 및 노르웨이에서 USIS 소속 미국 예술분야의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각종 역사적 문제의식을 화두로 작품을 쓰는 라본느 뮐러의 주요 작품으로는 <Hotel Splendid>외에도 <감옥에서 딸에게 쓴 편지 Letters to A Daughter from Prison> <도발적인 평화 Violent Peace> <작은 승리들 Little Victories> <단 하나의 여장군 The Only Woman General> <울지 못할 상처 The Wounded Do Not Cry>등이 있다.  <특급호텔>을 무대에 올리는 극단 초인(대표 박정의)은 2003년 창단 후 꾸준히 연극무대만의 특별한 언어를 만드는데 집중해왔다. 초인의 작업은 영화나 TV드라마와는 다른 연극만의 표현방식과 상상력을 찾는 과정이다. 초인은 무대라는 공간적 시간적 제약이 오히려 더 매력적인 이미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배우의 움직임과 영상이미지, 오브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새로운 무대언어를 창조하는데 매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