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반도체·수출 부진에 올해 성장률 1.8→1.5%…물가 3.4% 전망

11일 KDI '2023년 상반기 경제전망' 발표 주력 수출품 반도체 부진으로 전망치 0.3%p 낮춰 "반도체·중국 경제 회복 더디면 성장세 둔화 우려"

2024-05-11     염재인 기자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개월 만에 기존 1.8%에서 1.5%로 하향 조정했다. 주력 산업인 반도체 경기 위축이 계속된 것이 성장률 하향 조정의 주요 배경이 됐다. 하반기에는 중국 경제 회복에 따른 영향과 반도체 부진 완화로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하면서 2.1%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반도체 수요 회복 시기와 금융시장 불안 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KDI는 11일 '상반기 KDI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1.5%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지난 2월 당시 전망치(1.8%)보다 0.3%포인트(p) 낮아진 수치다. KDI는 올해 상반기 경제성장률을 1.1%에서 0.9%로, 하반기 성장률을 2.4%에서 2.1%로 하향 조정했다. KDI 전망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1.6%보다 낮고, 국제통화기금(IMF)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의 1.5%와 같다. 정부와 한국은행 전망치인 1.6%보다도 낮은 수치다. KDI는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의 가장 큰 이유로 주력 산업인 반도체 산업 침체를 꼽았다. 글로벌 교역량이 감소하고,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가장 큰 이유는 반도체 경기 부진"이라며 "반도체 경기는 2001년 IT 버블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정도로 심각하게 부진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소비를 중심으로 내수 부진이 완화하고, 서비스업 생산이 높은 증가세를 보이면서 고용시장은 양호한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KDI는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을 기존 전망인 2.8%에서 3.0%로 상향했다. 여행 수요 증가에 따라 올해 서비스 소비를 중심으로 높은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총수출은 반도체 중심의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전년 대비 증가율을 1.8%에서 1.4%로 낮췄다. 총수입은 2.4%에서 2.5%로 소폭 상향 조정했다. 올해는 해외여행 수요 확대로 비교적 높은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경상수지는 수출 위축에 따라 기존 275억달러 흑자에서 164억달러 흑자로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KDI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기존 3.5%보다 소폭 낮춘 3.4%로 조정했다. 수입물가 하락세 전환 등 공급 측 물가압력 축소로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둔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소비가 살아나며 근원물가는 4% 상승률이 예상돼 물가안정목표(2%)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우려했다. 취업자 수는 지난 2월 연간 20만명 증가에서 이번에 27만명 증가로 비교적 양호한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봤다. 제조업의 고용이 감소하는 것은 2월에 전망했던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가고 있지만, 서비스업의 취업자 수 둔화 속도는 상당히 천천히 둔화하고 있다는 것이 KDI 분석이다. 실업률도 상반기 3%를 넘어섰다가 점차 개선되며 연간으로는 지난해와 같은 2.9%로 예측했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대외여건 악화로 2월에 했던 전망인 1.1%를 유지했다. 건설투자 증가율은 0.2%에서 0.4%로 소폭 상향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치다. 주택경기 하락에 따라 주택건설을 중심으로 부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KDI는 반도체 수요 회복 시기와 중국 경제 회복의 파급 정도 등이 향후 우리 경제 성장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정 실장은 "경기가 안 좋은 이유는 대부분 수출, 반도체 등에 집중됐고 사실 내수는 그렇게 나쁜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반도체나 중국 경기 회복이 우리 생각과 다르게 간다면 경제성장률 1.5%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경기가) '상저하고'라고 하지만 하반기에도 경기는 안 좋을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봤을 때 상반기보다는 하반기가 낫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한국 경제는 대외수요 회복에 따른 수출 증가세가 확대되면서 올해(1.5%)보다 높은 2.3%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의 경제 회복에 따른 영향과 반도체 부진 완화로 성장 폭을 키우고, 소비 역시 내년에는 완만한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하반기 반도체 수요 회복 속도가 더딜 경우 경제 회복도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KDI는 "중국 경제 회복이 투자 부문으로 파급되지 못하면 우리 경제에 대한 긍정적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며 "또 주요국에서 신용위험이 확대되면서 금융시장이 경색되면 세계 경제 회복이 지연돼 수출 부진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