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 시중銀 신용위험지수 상승…2금융권은 연체율 경고등
가계 신용위험 20년 만에 최고..."대출문턱 더 낮춘다" 카드사 연체율 1% 돌파...2금융권 대출 부실화 우려
2024-05-11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국내 은행들이 가계와 기업대출에 대해 완화적 태도를 이어가는 등 대출 문턱을 낮추고 있는 가운데 가계 신용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다. 채무 상환 부담이 늘면서 가계와 기업 모두 신용위험이 전분기보다 높아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가계의 경우 신용위험이 카드 사태가 있던 2003년 이후 근 20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11일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올해 2분기중 국내은행의 전체 대출 태도 지수는 8로 나타났다. 이는 전분기(11) 보다 낮아진 것이다. 지수(100~-100)가 마이너스(-)를 보이면 대출태도를 강화하겠다고 답한 금융기관이 더 많다는 의미다. 플러스(+)면 그 반대다. 2분기 가계주택대출 대한 대출태도지수는 14로 전분기(22)보다 소폭 강화됐다. 신용대출 등 가계일반 대출에 대한 대출태도지수도 14로 전분기(22) 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은행의 가계대출 문턱은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움직임 등의 영향으로 2021년 3분기부터 지난해 1분기까지 3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강화된 바 있다. 이후 지난해 2분기부터 5개 분기 연속 완화세를 지속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에 대한 대출태도는 그간 가계대출 감소세가 지속된 데다 최근 다주택자 대출규제 완화 등의 영향으로 주택자금대출을 중심으로 완화적 태도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전년동기대비 가계대출 증가율은 2021년 말 7.1%였으나 지난해 말 -0.8%로 마이너스 전환된 후 올해 2월 말 -1.4%로 더 낮아졌다. 기업에 대한 대출태도는 예대율규제 완화 연장에 따른 대출여력 증대, 은행간 시장확보 경쟁 등으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대출태도 완화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예대율 산정시 적용되는 기업대출 가중치(85%)가 다른 대출의 가중치(개인사업자대출 100%, 가계대출 115%) 보다 낮아 예대율 규제 완화시 기업 대출 여력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증가한다. 2분기 대기업에 대한 대출태도는 3으로 전분기 6보다는 강화됐다. 전분기 보다는 소폭 강화됐지만 은행들이 여전히 대기업에 대한 대출을 완화하겠다는 얘기다. 중소기업 대출태도지수는 전분기(3) 보다 완화된 8로 나타났다. 비은행 금융기관의 대출태도 강화는 연체율 상승, 수익성 및 대출건전성 저하 우려가 커지면서 이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높은 대출금리로 인한 차주의 채무상환 부담이 늘었고 부동산 경기 부진 등으로 비은행금융기관의 연체율이 모든 업권에서 상승했다. 상호저축은행 연체율은 2021년 말 2.5%에서 지난해 말 3.4%로 올랐고, 같은 기간 상호금융조합은 1.4%에서 2.12%로 증가했다. 신용카드회사도 1.09%에서 1.20%로, 생명보험회사는 0.15%에서 0.18%로 늘었다. 2분기 가계의 신용위험은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부담으로 근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기업의 신용위험도 실물경기 둔화, 일부 취약업종 및 영세 자영업자의 채무상환 능력 저하 등으로 확대됐다. 국내은행의 신용위험지수는 35로 전분기(33)보다 높아졌다. 가계의 신용위험도 39에서 42로 높아졌다. 이는 2003년 4분기에 44를 기록한 후 19년 6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다. 2003년 4분기에는 카드 사태가 있었던 때다. 대기업의 신용위험지수는 6으로 전분기와 같았고, 중소기업은 1분기 25에서 28로 올랐다. 기업의 신용위험은 실물경기 둔화, 영세 자영업자의 채무상환 능력 저하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의 신용위험은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부담 증대 등으로 크게 높아졌다"며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가계의 신용위험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데 최근에 미 실리콘밸리 은행(SVB) 사태가 겹치면서 더 높아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카드사를 중심으로 2금융권의 대출 연체율이 오르고 있다는 점도 뇌관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신한·KB국민·하나·우리카드 등 국내 금융지주계열 카드사의 평균 연체율은 1.26%로 지난해 말보다 0.23%포인트(p) 상승했다. 카드사들의 연체율이 1%에 육박하며 최근 3년새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오른 것이다. 통상 카드사들은 연체율이 2%대에 진입하면 위험 수준으로 보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의 연체율과 상승세는 우려되는 대목이다. 은행 등 금융권 전반의 연체율이 일제히 상승 곡선을 그리는 가운데 서민 경제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카드업계로부터 부실 우려가 더욱 확산되는 모습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취약차주들의 채무상환능력 저하로 인한 수익성 악화, 경기침체 영향 등 부실 규모에 대한 비용부담이 크다”면서도 “이를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당초 계획보다 더 많이 쌓는 등 부실 흡수 능력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