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올 경제성장률 1%도 위태로운 저성장, 전방위 비상 대책 강구를

2024-05-12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박근종

매일일보  |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대를 지키기도 어려울 수 있다는 비관론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5월 8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 8곳의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1.1%에 머물렀다. 가장 높은 전망치는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의 1.4%성장인 반면, 씨티은행은 0.8% 성장을 예상했고, 노무라증권은 -0.1%로 역성장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2%가량인 잠재성장률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대내외 경제 여건이 나빠지면 성장률 평균치가 1% 선을 밑돌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렇듯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질 것이란 경고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 │ Gross Domestic Product)이 18년 만에 대만에 역전된 데 이어, 올해는 1% 성장도 벅찬 상황까지 몰린 것이다. 이런 상황을 투자수익에 민감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놓칠 리는 만무하다. 매의 눈으로 지켜보며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평균 1.1%라는 혹독한 평가를 한 것은 한국은행 전망치 1.6%는 물론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4월 11일 세계경제전망(WEO)에서 발표한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1.5%나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지난 4월 4일 ‘2023년 아시아 경제전망’에서 내놓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1.5%보다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무엇보다도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다본 올 상반기 성장률 전망치는 0.9%로 제시했다. 올해 전체 성장률 전망치도 1.8%에서 1.5%로 낮췄다. 한국 경제는 지금 침체의 늪에 빠져 복합 위기에 봉착해 반등의 기미마저 찾기 어렵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 반도체 업황 악화와 대중국 수출 부진 등으로 우리 수출이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뒷걸음치면서 무역수지는 지난해 3월부터 지난달까지 14개월 연속 적자가 이어졌다. 특히 수출 주력 상품인 반도체 수출이 63억 8,000만 달러(약 8조 5,556억 원)로 지난해와 비교해 41% 급감하며 수출 회복이 장기적으로 지연되고 있다. 코로나 봉쇄와 미·중 대치 등 여파로 대중국 수출 역시 7개월 연속 감소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 이하로 떨어졌다. 반도체와 중국 시장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의 약점이 그대로 노출됐다. 올해 연간(1. 1. ~ 5. 10.) 수출액 누계는 2,154억 1,7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9%, 수입액은 2,448만 3,000달러로 5.1% 각각 감소했다. 관세청이 지난 5월 11일 발표한 ‘2023년 5월 1일 ~ 5월 10일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올해 연간(1. 1. ~ 5. 10.) 무역수지는 294억 1,200만 달러(약 35조 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들어 이달 10일까지 131일간 무역적자 규모(294억 1,200만 달러)가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무역 적자 105억 3,800만 달러의 2.79배 수준이다. 벌써 지난해 총무역적자 477억 8,500만 달러의 61.55%에 달하는 규모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기대와 달리 경기의‘상저하고(上较差高)’ 가능성이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리오프닝(Reopening │ 경제 활동 재개) 효과’가 예상을 밑도는 데다 반도체 등 주력 품목의 수출 부진이 길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1분기 세수가 24조 원 덜 걷히면서 무역·재정수지 쌍둥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부동산 거래 감소, 기업 실적 악화가 세수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주기 시작한 것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3월 국세 수입이 87조 1,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1.6% 감소했다. 1∼3월 세수 감소 폭으로는 역대 최대다. 경기 둔화에 따른 기업 실적 부진과 무역적자, 부동산 거래 급감 등으로 인해 3대 세목인 법인세·소득세·부가가치세가 모두 줄어든 탓이다. 게다가 벌어들이는 외화가 쪼그라들다 보니 투자와 고용도 침체 일로다. 지난 5월 10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843만 2,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5만 4,000명 증가했다. 하지만 늘어난 취업자 수는 대부분 60대 이상 고령층이었고, 청년층은 오히려 감소했다. 60세 이상 취업자수는 전년 동월 대비 44만 2,000명 증가했지만 20·30대 청년층 취업자는 13만 7,000명 줄어들어 6개월 연속 감소했다. 무엇보다 지난 4월 제조업 취업자 수는 지난해보다 9만 7,000명이나 감소했다. 2020년 12월 이후 2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에다 올해 들어 4개월 연속으로 제조업 취업자 수가 감소하고 있다. 설비투자는 선박 등 운송장비를 중심으로 2.2% 감소했고, 건설기성도 건축 공사 실적이 줄어 3.3% 줄었으며,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9.9로 전월보다 0.6포인트 올랐다. 올해 들어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 │ 물가상승률 둔화)’ 양상을 보이는 물가도 안심할 수 없다. 지난 5월 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80(2020년=100)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7% 상승해 여전히 높은 물가가 지속되고 있다. 수출이 부진하면 내수가 버텨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 정부도, 가계도 빚이 너무 많아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말 기준 국가채무는 1,067조 7,000억 원이나 되며 가계부채는 1,867조 원을 넘는 빚에 치여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틀기 가계부채에 전세 보증금까지 더하면 가계부채가 2,925조 3,000억 원에 달해 국내총생산(GDP)의 156%에 이른다. 자영업자 부채도 960조 원에 육박하는데 코로나로 미뤄 놓은 일부 부채의 만기가 오는 9월 말 돌아온다. 빚을 갚지 못해 연체가 늘고 있고, 2금융권과 대부업체로 내몰리는 이들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 4월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가계신용 누증 리스크 분석 및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 의하면 3년 누적 가계신용비율이 1%포인트 상승할 경우 4~5년의 시차를 두고 3년 누적 GDP 성장률이 0.25~0.28%포인트 하락했다. 이러듯 한국 경제의 침체는 미·중 갈등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비롯된 세계 경제의 불안정성에 기인한다. 하지만 유독 한국 경제의 실적이 가장 저조하다는 게 문제다.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일본의 성장률 전망치 1.8%보다 한국 경제 성장률이 떨어질 것이라는 IMF의 전망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미국의 중국 옥죄기로 더욱 심화할 것이고 가속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수출 한국’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는 이러한 ‘불편한 진실’을 결단코 간과해선 안 된다. 결국 ‘반도체와 중국’이라는 두 가지 과중한 의존도를 줄이면서 수출폼목과 수출국가를 다변화하는 체질 개선에 한국 경제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엄중함을 새롭게 인식하고 통찰해야만 한다. 정부는 한국 경제가 일본식 장기 저성장 늪에 빠지지 않도록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특단 대책을 서둘러 강구해야만 한다. 경제 침체의 원인은 구조적인데다 늪에서 탈출할 뾰족한 묘수를 찾기 어렵겠지만 주력 산업의 초격차 기술 확보와 수출 품목·수출 시장 다변화를 서둘러야 한다. 다행히 반도체가 부진해지자 전기차를 앞세운 자동차 수출이 1위로 올라서고, 2차 전지도 수출 효자로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 따라서 절묘한 줄탁동시(啐啄同時)의 타이밍이 긴요하다. 기업들은 바이오·AI 등 첨단 분야에서도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활로를 넓히고, 정부와 국회는 기업 활동을 발목 잡는 걸림돌을 과감하고 신속하게 제거해줘야 한다. 특히, 세제·예산 지원과 족쇄처럼 채워진 무거운 ‘모래주머니’와 같은 규제 사슬의 과감한 혁파, 노동 개혁, 경제의 ‘펀더멘털(Fundamental │ 기초체력)’을 키우는 등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신성장 동력을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한국의 배터리 수출이 연평균 약 33% 증가하면서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연 0.3% 끌어올릴 것이라 했다. K배터리나 수주 대박을 터뜨린 K방산처럼 신수종 산업을 속속 키워내야만 한다. 국내외 경제 상황 전반을 24시간 선제적으로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전방위 비상 대책을 서둘러 세워 조속히 경제 위기의 터널을 벗어날 수 있도록 국가역량을 총 집주(集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