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꼬리 수익’에 시중銀 ‘연금런’ 우려
1분기 평균 수익률 DB 2.24%, DC 2.33%, IRP 2.17% 하반기 디폴트옵션·운용 성적표 공개에 경쟁 치열
2024-05-14 이보라 기자
매일일보 = 이보라 기자 | 시중은행 퇴직연금 수익률이 저조한 가운데 하반기 디폴트옵션이 시행되면 고객이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분기 12개 은행의 퇴직연금(DB·DC·IRP) 적립금은 총 136조198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퇴직연금 시장에서 은행이 약 40%를 점유하고 있다. 또한 1분기 증권사 14곳의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금액은 총 76조8838억원이다. 은행 퇴직연금 수익률은 증권사에 비해 저조하다. 올 1분기 원리금보장형 기준 12개 은행의 평균 수익률은 확정급여형(DB)이 2.24%, 확정기여형(DC)이 2.33%, 개인형(IRP)가 2.17%였다. 14개 증권사의 평균 수익률은 DB형 2.76%, DC형 2.89%, IRP 2.94%로 은행보다 0.52~0.77%포인트(p) 높았다. 하반기부터는 각 업권의 퇴직연금 유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7월 시행하는 디폴트옵션은 근로자가 적립금을 운용할 상품을 결정하지 않았을 때 사전 지정 방법으로 운용되도록 하는 제도다. 또한 하반기부터 금융사의 퇴직연금 운용 수익률 순위가 공개된다.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은 은행권의 점유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은행권은 증권사와 타깃으로 하는 고객 성향이 달라 고객 이탈 우려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은행 관계자는 “증권사 고객은 공격적인 성향이 많아 상대적으로 리스크와 수익률이 모두 높은 반면 은행 고객은 안정성을 중요시해 원리금보장형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증시 상황이 좋지 않아 퇴직금을 공격적인 상품으로 운용하기보다 원리금보장형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더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퇴직연금 고객 대부분이 원리금보장형을 이용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총 적립금 336조원 중 88.6%가 원리금보장 상품이다. 금융당국은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해 제도를 개선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 12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퇴직연금 제도 개선’ 세미나에서 “퇴직연금에서 투자 가능한 상품을 확대하고, 퇴직연금이 일시금이 아닌 연금 형태로 인출하도록 지원하는 제도 개선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단순히 투자 상품군을 늘린다고 퇴직연금 수익률이 제고될지는 미지수다. 수익률이 높은 주식형 펀드와 같은 상품은 그만큼 리스크도 크기 때문이다. 강성호 보험연구원 고령화연구센터장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형태의 상품을 과연 어떤 식으로 헷징할 것인지 우려된다”고 전했다. 은행권 관계자도 “은행 고객은 예금을 주로 가입하는 편이며 펀드, ETF, TDF, 채권 등 투자 상품도 다양하기 때문에 기존 상품의 관리에 집중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고객 유치를 위해 퇴직연금 관련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인공지능(AI)이 진단하고 처방하는 ‘AI연금투자 솔루션’을 선보였다. 연금 자산 현황을 진단하고 최적의 연금투자 솔루션과 비대면 사후관리 서비스다. 신한은행도 퇴직연금 특화 서비스 ‘신한 연금케어’를 출시했다. 신한 연금케어는 개인별 수익률 목표 설정, 맞춤형 상품 포트폴리오, 자산 건강도와 투자 가이던스 등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