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中리오프닝 학수고대한 유통街, 적신호 켜지나
하반기 기대감 저물까…‘상저하고’에 맞춘 전략, 재정비 불가피 中의존도 높은 면세‧패션‧뷰티 업계, ‘제2의 사드’ 불안감 확대
2024-05-14 김민주 기자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기대로 들떴던 유통업계에 또 다시 빨간불이 켜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 관련 발언 후 불거진 한중 관계 경색에 하반기 회복이 불투명해진 탓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미국 방문을 앞두고 19일 보도된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대만 해협 긴장 상황에 대해 “이런 긴장은 힘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며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한 바 있다. 중국은 자국에 가장 민감한 문제인 대만해협 문제에 대해 윤 대통령이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고 비판하며, 한국과 중국이 외교적으로 거친 공방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사드 보복 당시 중국 시장 수익 소실에 따른 적잖은 피해를 봤던 경험이 있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현지 가동률 및 중국인 관광객에 따른 영향이 직접적인 패션, 뷰티, 면세업계의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실제로 윤 대통령의 발언 이후,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코스맥스 등 국내 주요 화장품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세를 보인 바 있다.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화장품업계는 중국 시장 리오프닝에 따른 실적 반등이 절실한 상황이다.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와 일상 회복 가속화로 기초 및 색조 카테고리 매출 상승세를 탄 중대차한 시점에서, 지난 3년여간 부진했던 실적 리스크를 ‘빅마켓’이자 ‘프라임 시장’인 중국에서 상쇄해야한단 평이다. 화장품업계가 중국 시장으로부터 받는 영향은 막대하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제로 코로나’ 정책 영향으로 실적 부진에 시달려왔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52.3% 줄어든 816억원을 기록했다. LG생활건강의 영업이익은 16.9% 감소한 1459억원이다. ODM기업 코스맥스와 한국콜마는 대부분 중국 현지 브랜드의 제품을 제조하고 있다. 코스맥스는 중국 시장 부진과 글로벌 원부자재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올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소폭 성장하는 데 그쳤다.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0.5% 성장한 138억원이다. 한국콜마 역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6.6% 감소한 121억원으로 집계됐다. 패션업계는 중국 리스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패션기업들은 중국 내수 시장 리오프닝을 맞아 현지 시장 공략에 고삐를 죄고 있던 참이었다. 이랜드는 중국 전용 상품을 별도로 만들어 판매하는 현지화 전략을 넘어서, 자사 제조·유통 일괄형(SPA) 브랜드 ‘스파오’를 중국 시장에 직접 진출시킬 방침이다. 브랜드코퍼레이션 브랜드 젝시믹스는 지난달 15일 중국 상하이 대형쇼핑몰에 1호 매장을 오픈했다. 관련 업계선 아직까진 한중 관계 경색에 따른 영향이 본격적이지 않지만, 하반기 수익 확대 전략을 중국 리오프닝 기조에 맞춰왔던 만큼 대대적인 내부 전략 재정립이 불가피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면세업계도 노심초사하긴 마찬가지다. 하반기 회복 전망에 맞춰 1분기 따이궁(중국 보따리상) 송객 수수료를 20~30%대까지 낮추는 등 중국 단체관광객 복귀를 준비해 왔다. 한중 관계 경색에 따라 2분기 이후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던 중국 단체관광 기대감이 불투명해졌다. 중국 정부는 아직까지 한국에 대한 자국민 단체 관광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드 때 불매운동과 중국 정부 당국의 압박으로 현지 사업 적자에 이어 철수 수순까지 이른 곳이 많고, 아직까지 그 여파가 여전한 만큼 중국 시장과의 마찰에 따른 피해는 치명적”이라며 “중국은 원채 자국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크고, 최근 들어선 자체 기술력도 빠르게 갖춰가고 있기 때문에 현지 시장에서의 점유율 및 영향력 확대, 수익성 제고 등에 제동이 걸린 상황”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