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파트 급매물 소진 이후 전세값 반등… 수억원 상승도

전세대출 금리 하락 등 영향 하반기 역전세난에 하락 확대 가능성

2024-05-14     최재원 기자
서울에서

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최근 아파트 매매가와 함께 전셋값 하락폭이 둔화하는 가운데 급매물이 소진된 후 일부 단지를 중심으로 전셋값이 반등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4일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을 통해 올해 1·2월과 3·4월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가격을 비교한 결과 조사 대상 4952건 중 2049건(41.4%)이 종전 거래보다 금액이 오른 상승거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2월과 3·4월 동일 단지, 동일 면적에서 전세 계약이 1건이라도 체결된 거래의 최고 가격을 비교한 것이다. 앞서 부동산R114가 같은 방식으로 지난 2022년 4분기와 올해 1분기 서울 아파트 전셋값을 비교했을 때 5138건 중 3459건(67.3%)이 하락거래였던 것을 감안하면 전셋값이 빠르게 회복세에 접어든 셈이다. 실제로 최근 거래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올해 초 대비 최소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까지 올랐다. 동작구 흑석동 ‘흑석리버파크자이’ 전용면적 84.94㎡는 지난 1월 보증금 5억8000만원(15층)에 계약됐으나, 이달 들어선 동일 평형 13층 물건이 7억원에 전세 거래됐다.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84.94㎡는 올해 1월 10층, 11층 모두 10억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으나, 지난달과 이달에는 13억원(23층), 12억5000만원(22층) 등으로 상승했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59.96㎡는 1월 5억8430만∼7억9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성사됐으나, 지난달 거래된 전세는 보증금 6억6000만∼8억5000만원이었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10’ 59.39㎡는 올해 2월 2억1000만∼2억2500만원에 전세 거래됐으나, 지난달에는 2억2500만∼2억8000만원에 전세 계약됐다. 송파구 가락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전세 급매물이 대거 빠지고 지금은 가격이 올해 초에 비해 최소 1억원 이상 올랐다”며 “급하게 전세를 내놔야 하는 집주인이 거의 없어 호가가 계속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다른 지역도 전세 상승 거래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경기는 같은 기간 전세 거래 7414건 중 3256건(43.9%)이 종전 거래보다 금액이 오른 상승거래였고, 인천은 1378건 중 618건(44.8%)이 상승 거래로 집계됐다. 일부 단지의 전셋값 반등은 전세대출금리 하락과 급매물 소진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근 전세사기 우려가 커지면서 빌라 수요 일부가 노원구 등 비교적 저렴한 전셋값의 아파트로 눈을 돌리는 영향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전세대출금리가 낮아지면서 월세 대신 전세를 택하는 수요가 늘었고, 낮아진 전셋값에 일부 상급지 갈아타기 등이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전반적으로 전셋값이 상승하긴 어려울 것 예상한다. 당장 이달 들어 비수기에 접어들면서 전세 수요가 감소하는 모양세다. 노원구 상계동 한 중개업소 대표는 “4월까지 양호하던 전세 거래가 이달 들어 찾는 세입자가 감소해 거래가 잘 안 된다”며 “가격이 싼 전세만 찾아서 시세 수준의 전세는 거래가 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