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가까워진 한미일, 멀어진 중러…"경제적 불확실성 축소해야"
尹 정부 출범 1년 한미일 관계 '밀착'…중러와 '삐그덕' 중러, 북핵 문제 지렛대 역할…대중국 수출 10개월 감소 반도체 의존도 높은 구조…"산업·통상·외교적 리더십 발휘헤야"
2023-05-14 문장원 기자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1년 동안 외교·안보 정책의 방점은 한미동맹의 '복원'과 '강화'에 찍혔다. 정부 출범 10일 만에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전임 문재인 정부보다 더욱 미국에 더욱 밀착하겠다는 방향을 확실히 했다. 여기에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이라는 별도의 '인태-전략'을 통해 미국의 대중국 견제 '인태-전략'과 결을 같이 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중국과 러시아와의 갈등 수위를 높이는 부작용을 불러왔다.
14일 정치권과 외교가 등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지난 1년간 '가치 동맹'을 강조하며 미국과 일본의 대중국 견제 협력 속으로 들어가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평화는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존중하는 국제사회와의 연대에 의해 보장된다"고 예고했고, 8·15 경축사에서는 "시대적 사명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한 국가들이 연대해 자유와 인권에 대한 위협에 함께 대항하고 세계시민의 자유와 평화, 그리고 번영을 이뤄내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올해 3월 일제 강점기 강제 징용 '제3자 변제안'을 발표하며 한일 관계 개선에 먼저 나선 것도 한미일 경제·안보 협력 강화라는 미국의 그림을 완성시키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전 정부에서 미중 간 갈등이 심화되자 '전략적 모호성'을 보이며 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던 한국 외교 방향을 이번 정부 출범 1년 동안 확실한 방향성을 보여 준 것이다. 문제는 미국·일본과 가까워지는 대신 중국·러시아와는 불편한 관계를 지속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이 외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하자 러시아는 한국을 '대국가'로 못 박았고, 양안 문제를 거론하자 중국은 "불장난하면 불에 타 죽는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유이한 지렛대 국가인 중러의 손을 놓아버린 셈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한미일 동맹 강화 방향성은 좋다고 하더라도, 중국과 러시아와의 균형을 잘 잡아야 하는데 균형이 상실된 상태"라며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화한 것이 효과가 있으려면 북중러 동맹이 강화되면 안 된다. 중국하고도 어느 정도 관계를 유지하고, 북한 핵 위협에 대해서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미일 vs 북중러'의 대립 구도 심화는 곧바로 경제적 타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무역적자는 14개월째 계속되고 있는데, 세계 무역수지 순위에서 한국은 2021년 18위에서 2022년 198위로 급락했다. 특히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은 악화하고 있다. 대중국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2013년 628억 달러(약 83조2100억원)로 정점을 찍은 뒤 작년 12억 달러(1조5900억원)로 급감했고, 올해 3월까지 누적 79억 달러(약 10조4675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중국에 대한 수출 감소는 지난해 6월부터 10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우리 수출 구조는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 패권 갈등이 심화할수록 중간에서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0일 발표한 '최근 반도체 경기 흐름과 거시경제적 영향' 보고서에서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이 첨예해지며 반도체산업이 지정학적 리스크에 크게 노출된 만큼 산업·통상·외교적 리더십을 발휘해 관련 산업에 대한 불확실성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