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문턱 낮추는 시중銀 높이는 저축銀
은행 대출금리 1년 7개월來 최저 수준
4월 신규 가계대출 전년대비 69% 증가
건전성 비상 걸린 저축銀 대출 문 닫아
2024-05-15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시중은행이 대출문턱을 낮추고 있는 반면 저축은행은 대출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행진이 끝났다는 기대감이 시장금리를 하락시키고 있지만, 1·2금융권이 상반된 대출 태도를 취하고 있는 셈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지난 12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3.680~5.796%로, 상당수 차주에 적용되는 하단 금리가 올해 초인 지난 1월 6일보다 1.140%포인트(p) 떨어졌다.
특히 한 은행의 혼합형 주택담보대출의 하단 금리인 3.680%는 2021년 9월 말 기록인 3.220% 이후 19개월 만에 최저치다. 한은이 같은 해 8월부터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했음을 감안하면 대출 금리가 통화정책 긴축 초입 당시로 되돌아간 셈이다.
이는 통화정책 완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시장 금리가 빠르게 하락한 영향이다. 실제로 해당 대출의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조사 대상 기간 동안 4.527%에서 3.843%로 0.684%p 낮아졌다.
금리가 떨어지자 가계대출은 다시 몸집을 불리고 있다. 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에서 지난 달 이뤄진 새 가계대출은 15조3717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69%나 늘었다. 지난 3월 신규 가계대출 역시 18조4028억원으로 1년 전보다 86% 급증했다.
반면 저축은행의 대출문턱은 거꾸로 높아지고 있다. 올해 1분기 저축은행의 대출 금리가 높아지면서 중금리 대출이 뚜렷하게 준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신용점수가 601∼700점인 대출자가 올해 1분기 민간 중금리 대출을 이용하고 적용받은 금리는 평균 15.47%로 지난해 1분기 14.10%보다 1.37%포인트(p) 상승했다. 중금리 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대출 규모도 눈에 띄게 축소됐다. 1분기 저축은행 민간 중금리 신용대출(사잇돌 대출 제외) 취급액은 1조6685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7595억원)보다 40% 줄었다. 중금리 대출 부진의 배경으로는 저축은행업계는 금리 상승과 건전성 관리를 꼽고 있다.
지난 1분기까지는 기준금리 인상의 여파로 오르는 추세였고, 자금 조달 경쟁자인 은행권이 공격적으로 예금(수신) 금리를 인상하면서 조달 비용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1분기 평균 연체율이 5.1%로 지난해 같은 기간(3.5%)보다 오르는 등 건전성 지표도 악화하면서 저축은행들이 금리를 무리하게 낮추지 않고 대출 공급을 줄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저축은행업계는 중금리대출과 햇살론의 금리가 2분기에는 다소 떨어져 대출 여건이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시장금리가 안정되면서 정책금융상품들의 조달비용도 줄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