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쌓이는데 안 팔리는 보험사
총 6개사 잠재 매물…“IFRS17 도입 이후 M&A 쉽지 않아”
2024-05-15 홍석경 기자
매일일보 = 홍석경 기자 | 보험사 매물이 쏟아지는 가운데 새 주인 찾기가 쉽지 않은 모양새다. 금융지주들은 현재 비은행 부문 수익을 강화하기 위해 보험사 인수합병(M&A)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다만 보험사들의 양호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선뜻 인수에 나서는 곳은 아직 없다. 보험업계 새 회계기준이 도입되고 미래 성장이 보장된 회사를 찾느냐 저울질만 하는 분위기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잠재 매물를 포함해 매물로 거론되는 보험사는 ABL생명과 MG손해보험, KDB생명, 롯데손해보험, 악사손해보험, 카카오페이손해보험 등 6개사다. 보험사 매물에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회사는 역시 금융지주다. 금융지주사들은 은행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증권과 보험, 카드사 인수합병(M&A)을 통한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서는 상황이다. 앞서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지난 1월 내정자 신분으로 ‘신한경영포럼’에 참석해 2030년까지 비은행 이익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밝힌 바 있다. 신한금융은 조용병 전 회장 시절 크고 작은 M&A를 통해 종합금융그룹의 골격을 갖췄다. 2018년 오렌지라이프생명보험(현 신한라이프)을 시작으로 아시아신탁(현 신한자산신탁)과 네오플럭스(신한벤처투자), 카디프손해보험(신한EZ손해보험) 등을 차례로 인수했다. 하나금융도 보험사 M&A를 검토 중이다. 하나은행은 작년 3조1692억원의 순익을 내면서 ‘리딩뱅크’에 올랐지만 보험과 카드 등 2금융권 계열사들은 입지가 약한 편이다. 취임 2년 차를 맞은 함영주 회장은 올해 초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업권별로 1등에 오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하는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추진 중이다. 지주 전환을 추진 중인 교보생명도 손보사 인수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생명은 AXA손해보험과 MG손해보험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계속해서 손보사 인수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얼마 전에는 교보생명이 카카오페이손해보험 인수를 위해 물밑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도 있었다. 교보생명은 보험 상품 개발과 마케팅, 자산 운용 등 보험사로서 탄탄한 기반을 갖추고 있지만 생명보험사로서 사업 영역이 제한돼 있고 자체 보험 대리점(GA)이 없다. 다만 올해부터 도입된 새회계기준인 IFRS17으로 인해 M&A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는 의견도 있다. 새 회계기준 상에서 탄탄한 실적 흐름과 미래 가치가 입증돼야 인수자를 찾아 나설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IFRS17 초기 단계라 실제 M&A 추진까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IFRS17 이후 M&A시장에서 생보사보단 손보사 인수 메리트가 더 올라간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