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두드리면 열린다”…패션업계, 유럽 시장 진출하는 까닭은

K-문화 글로벌 영향력 확대…K-패션 위상 높아져 국내 패션 시장 정체기…돌파구로 해외 시장 공략

2023-05-16     강소슬 기자
국내

매일일보 = 강소슬 기자  |  국내 패션업계가 콧대 높은 유럽 시장 진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국내 시장으론 성장의 한계가 있다고 판단, 해외영토 확장을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패션의 글로벌 브랜드 ‘준지(JUUN.J)’는 현재 유럽에 약 50여개 매장에 입점해 홀세일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으며, LF도 유럽을 포함한 해외 10여개국 유통 플랫폼에 입점했다. 토종 신진 브랜드들도 유럽 시장으로 뻗어 나가고 있다. 과거 전 세계 패션의 중심지 유럽은 인지도 낮은 국내 업체들에게 불모지였다. 국내 패션 브랜드들은 국내에서 소비가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 K-문화가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며 K-패션 브랜드의 위상이 높아졌다. 세계 4대 패션위크 중 하나인 파리 패션위크에 국내 브랜드 우영미와 준지, 송지오가 무대에 오를 정도다. 국내 패션 시장은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작년 국내 패션 시장은 45조7787억원으로 전년 대비 5.2% 성장했다. 국내 패션 시장은 2006년~2010년까지 평균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다가 2011년부터 1~4%대로 감소했다. 이후 2019년엔 –3.6%, 2020년-3.2%로 줄었지만, 최근 일부 소폭 회복세를 보이는 중이다. 올해는 고물가·고금리 영향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과 해외여행 정상화로 인한 소비 분산 우려 등으로 성장 둔화가 예상된다. 이에 패션업체들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의 준지는 해외 유통망을 확보하면서 유럽 시장에서도 입지가 탄탄한 브랜드로 성장했다. 지난 1월엔 프랑스 파리 아랍세계연구소에서 ‘2023 F/W 컬렉션’을 진행했다. LF의 캐주얼 브랜드 ‘던스트’도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백화점 리나센테, 스위스 백화점 본제리그리더 등 해외 10여개국 유통 플랫폼에 입점했다. 최근 유럽, 북미 등 글로벌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블랙핑크 지수를 공식 앰버서더로 선정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한섬은 2013년 프랑스법인을 설립하고 2014년부터는 마레 지구에 ‘톰 그레이하운드 파리’ 편집매장을 론칭했으며, 올해 1월 패션중심지 프랑스 마레 지구 프랑 부르주아에서 시스템·시스템 옴므 단독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신진 디자이너들의 약진도 두드러지고 있다. 김현우 디자이너가 이끄는 ‘기준(KIJUN)’은 글로벌 패션 플랫폼인 ‘에센스(SSENSE)’에 입점하는 등 해외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패션 브랜드 ‘아더에러(ADER Error)’도 유명 해외 편집숍이나 팝업스토어 등을 통해 해외에서 명성을 얻고 있다. 2021년부터는 스페인 SPA 브랜드 ‘자라(ZARA)’와 협업 제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출시될 때마다 오픈런 행렬이 이어져 프리미엄 가격이 붙어 리셀 시장에 나오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아시아에서는 일본 패션만이 주목받아왔지만, 지금 세계 패션 시장이 신선한 시도를 추구하는 국내 패션업계를 주목하고 있다”며 “특히 유럽 현지에서는 한국 백화점 MD를 벤치마킹해 명품과 디자이너 브랜드, 스트리스 패션 존으로 매장을 구성할 정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