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지는 ‘위안화 굴기’에 흔들리는 달러 위상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주요 교역에서 위안화 거래
2023-05-16 홍석경 기자
매일일보 = 홍석경 기자 | 남미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주요 교역에서 미국 달러 대신 중국 위안화를 사용할 가능성 커지고 있다. 지난 수 십년간 국제 무역 시장에서는 에너지, 곡물과 같은 주요 원자재 등을 거래할 때 미 달러화를 주로 이용해왔다. 그러나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해 온 중국은 달러 패권의 균열을 노리면서 최근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탈(脫)달러 세력을 규합하고 있다.
16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루이스 아르세 볼리비아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남미에서 가장 큰 두 경제 대국(브라질·아르헨티나)은 이미 중국과의 협정을 통해 (무역에서) 위안화로 결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르세 대통령은 이런 흐름이 남미 지역의 추세가 될 것이며, 볼리비아가 이 같은 흐름에서 물러나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3월에도 중국은 브라질과 양국 수출입 결제, 금융 거래에 달러 대신 위안화, 헤알화 등 자국 통화를 쓰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브라질 업체는 중국과 무역에서 달러 결제망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대신 중국에서 만든 ‘국경 간 위안화 지급 시스템’(CIPS)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아르헨티나도 이달부터 중국에서 수입하는 물품의 대금을 달러화가 아닌 위안화로 지불한다. 남미 국가 외 러시아도 현재 석유 등 에너지 교역에서 루블화와 위안화를 함께 사용하고 있다. 중국은 3월 자국의 주요 석유 공급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 위안화를 대출해주고 이를 자국과의 무역 대금 결제용으로 사용토록 하는 등 중동을 겨냥한 위안화 확장에도 나선 바 있다. 이밖에 파키스탄이 러시아와 중국 위안화로 결제하는 원유공급 장기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석유 거래가 위안화로 결제될 경우 달러 패권이 위협받을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단순한 거래 통화의 교체를 넘어서 국제 석유시장과 세계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은 최근 발간한 ‘최근 비(非)달러화 석유거래 증가의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 중국 등이 비달러화 석유거래를 늘리는 가운데 사우디가 동참할 가능성을 내비쳤다”면서 “오랜 기간 국제 석유거래의 핵심 매커니즘으로 자리한 페트로 달러 시스템이 훼손될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우려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