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 통했다” 농심·삼양식품, ‘라면’ 인기에 고공행진
농심, 美공장 가동 순풍에…단일 수익구조‧내수 의존도 극복 삼양식품, 올해도 ‘불닭’ 아성 공고…전 해외법인 성장세 뚜렷
2024-05-16 김민주 기자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농심과 삼양식품이 라면 사업 호조세를 타고 올해 첫 분기 결산에서 선방했다.
그간 라면 단일품목에 치우쳐진 수익구조 개선이 최대 과제로 꼽혀왔지만, 올해는 되려 라면 덕을 톡톡히 봤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지난해 실적 부진을 타개하고, 올 1분기 국내 증권사 전망치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적을 달성했다. 1분기 영업이익과 매출은 638억원, 860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85.8%, 16.9% 성장했다. 앞서 농심은 지난해 상반기 어닝쇼크를 기록하며 24년 만에 영업 적자를 냈다. 농심을 라면 명가로 만들어준 장수 라면 브랜드들이 실적 악화의 주범이 됐다. 농심 전체 매출에서 ‘신라면’, ‘안성탕면’ 등 라면의 비중은 78.9%에 달한다. 전반적 수익이 일부 품목에 쏠리는 사업 구도의 부작용이 여실히 드러났단 평이다. 수익 구조 다변화를 위해 베지가든, 스마트팜, 건강기능식품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꾀했지만,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높은 내수 의존도 역시 문제점으로 꼽혔다. 고환율로 인한 원재료 구매 단가 상승은 실적 부진에 직격타를 미쳤다. 수입 비중이 높은 소맥분(밀가루)과 팜유 등의 가격이 치솟으며, 제조원가 부담이 가중됐다. 농심은 지난해부터 한계가 뚜렷한 내수시장 돌파구를 모색하고자 해외 사업에 사활을 걸었다. 지난해 5월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제2공장 가동을 본격화했다. 제2공장에서만 3억5000만개, 제1공장까지 합쳐 연간 라면생산량을 8억5000만개로 확대했다. 당해 멕시코 전담 영업조직도 신설했다. 제2공장이 중남미 진출에 있어서 지리적으로 유리한 곳에 위치한 만큼 멕시코 시장 공략에도 힘을 더한단 복안이다. 멕시코 식문화와 식품 관련 법령에 발맞춘 전용 제품을 선보이는 등 적극적인 영업, 마케팅 활동을 펼쳐 5년 내에 TOP3 브랜드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투자에 대한 결과는 가시적 성과로 나타났다. 농심의 올 1분기 성장은 미국법인이 주도했다. 영업이익은 154억원 오른 180억원, 총매출액은 16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2억원 증가했다. 농심 전체의 영업이익 증가분 294억원 가운데 미국법인의 증가분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미국 제2공장 증설에 따른 초기 투자금 출혈을 1년이 채 안돼 수익 전환 시킨 모습이다. 치솟는 현지 인기에 캐파를 늘려 수익성을 대폭 확대하고자 제3공장 증설도 검토 중에 있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이 올해도 전체 수익 성장을 이끌고 있다. 최근 간편식 사업에 진출하며 사업 다각화를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지만, 불닭 브랜드의 역량은 여전히 공고했다. 삼양식품의 ‘뚝심 경영’은 외식사업을 전면 철수한 2021년부터 본격화됐다. 만성 적자인 외식업을 청산하고, 본업인 라면에 집중하며 불닭볶음면 포트폴리오 및 해외 수출 확대에 전사 역량을 투입시켰다. 지난해 삼양식품의 영업이익률은 식품업계 평균을 웃도는 10%로, 2018년부터 5년 연속 10%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올 1분기는 매출원가와 판관비 증가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했지만, 매출은 국내와 해외 모두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 각 법인별 매출은 일본 6억4000만엔, 중국 1억7000만위안, 미국 1820만달러에 달한다. 내수 매출은 8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4%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한류열풍에 따른 K푸드 수요 증가와 현지 대형 유통망 확보, 라면 품질 강화 및 현지차별화 등이 실적 향상을 이끌었다”며 “해외 신규 사업 거점 마련 및 신사업 진출 등을 위한 초기 투자가 발생해 일시적으로 영업익이 감소 폭을 보일 순 있겠으나, 잠재 수익성이 충분하단 판단 하에 중장기적 성장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