强달러 안 끝났다…美 디폴트·뱅크런 위기에 ‘高환율’ 고착화 우려
원·달러 환율 6거래일째 상승...길어지는 ‘달러 강세’ 美 긴축·中 리오프닝 불확실성에 원화 가치도 뚝뚝
2024-05-16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원·달러 환율이 다시 뛰고 있다. 14개월째 이어지는 무역적자 등 한국 경제의 약한 펀더멘털(경제의 기초 지표)과 더불어 미국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에 따른 달러 강세, 중국 위안화 약세 등의 요인이 겹겹이 작용한 결과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전망에 환율도 이달 초 1320원대로 안정되는 듯했지만, 지난주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흐름이 뒤바뀌었다. 중국의 경기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더딘 탓에 위안화가 약세인 점도 원화 가치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달러화 강세와 위안화 약세가 맞물리면서 당분간 원·달러 환율도 1300~1350원대 박스권에서 오르내릴 것이라고 전망한다. 일각에서는 ‘1300원대 환율’이 고착화될 거란 우려도 제기된다. 1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6원 오른 1338.6원에 마감했다. 6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최근 환율이 다시 1330~1340원대로 상승한 배경으로는 미 은행 리스크와 물가 상승 우려가 꼽힌다. 지난 11일(현지 시각) 미 캘리포니아주 지역은행인 팩웨스트뱅코프의 예금이 급감했다는 소식에 팩웨스트 주가가 장중 30% 이상 폭락했다.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촉발된 은행 위기의 여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우려에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화되면서 달러화도 강세로 돌아섰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12일 102.509를 기록했다. 미국 소비자가 예상하는 미래 물가상승률인 기대인플레이션이 반등했다는 소식도 달러화 강세에 기여했다. 미국 미시건대에 따르면 이달 미시건대 1년 기대인플레이션 중간값은 4.5%를 기록했다. 수치 자치는 전월(4.6%)보다 내렸지만, 시장 전망치(4.4%)는 웃돌았다. 시장은 중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이 상승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미시건대 5년 기대인플레이션은 3.2%로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중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목표치인 2%를 상회하는 등 높은 수준을 유지하자, 일각에서는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미셸 보면 연준 이사는 미 기대인플레이션이 발표된 이후 열린 한 행사에서 “물가상승률이 계속 높고 노동시장이 긴축적일 경우 추가 긴축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주말에 발표된 미시건대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시장 전망을 상회했다”며 “이에 따라 기준금리 인하가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연준이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 중단을 시사한 데 이어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로 둔화되면서 달러화도 약세를 보이는 듯 했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에 그쳤다. 미 연방정부의 디폴트 가능성도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의회에 연방정부 부채한도 증액을 요구하고 있지만,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예산삭감을 전제로 한도를 증액할 수 있다며 맞서고 있다. 재닛 옐런 장관 미 재무부 장관은 “연방정부 부채한도 상향을 둘러싼 대립이 심각하다”면서 “다음달 1일까지 부채 한도를 상향하지 않으면 미국은 디폴트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외환시장에서는 달러화 강세와 더불어 위안화가 약세를 지속하면서 원화 가치도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원화 값은 위안화 가치와 연동되어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중국의 경기 회복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달러화 대비 위안화 환율도 7위안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해 3월 이후 최고치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위안달러 환율이 재차 7위안 수준을 회복할 경우 원달러 환율도 연고점을 경신할 공산이 높다”면서 “19일 개최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중국 경제에 대한 견제 목소리가 강화될 수 있는 것도 변수”라고 말했다. 대다수 시장 전문가들은 경기가 연말로 갈수록 반등하는 정부의 ‘상저하고’ 전망이 현실화되고, 연준이 금리 인상을 종료할 경우 달러화 강세 압력이 완화되면서 환율도 점차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원화 가치가 주요국 통화 대비 크게 떨어진 이유로 무역수지 적자 지속 등 취약한 경제 펀더멘탈(기초 체력) 등이 꼽히는데, 하반기 들어 반도체 경기 개선으로 수출이 회복되고 경기가 살아날 경우 원화 가치도 다시 힘을 받을 것이란 설명이다.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연준의 긴축과 은행 위기, 중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큰 만큼, 환율도 변동성을 키우며 1300원대에서 큰 폭으로 오르내리는 흐름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박 연구원은 “위안·달러 환율이 7위안 수준을 회복할 경우 원·달러 환율도 또 다시 1340원을 넘어 연고점을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