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간호법 거부권 행사에 정국 급랭…"날림 입법" vs "거부권 대통령"
16일 재의요구안 심의·의결…양곡관리법 이어 두 번째 민주·정의, 일제히 비판 성명…국민의힘은 '대통령 엄호'
2023-05-16 염재인 기자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자, 야권은 일제히 비판 성명을 내며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윤 대통령이 의회민주주의를 짓밟고 있다고 질책하며 간호법에 대한 재투표에 적극 임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은 보건 의료계 직연 간 극한 갈등을 불러오는 '날림 입법'이라며 거부권 행사는 당연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윤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부터 간호법까지 야당이 주도해 처리한 법안에 잇따라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이를 둘러싼 여야 간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16일 입장문을 통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국민을 거부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더는 민생을 내팽개치지 말라, 더는 국민을 분열시키지 말라, 국민 통합의 결단을 내리라'는 것이 국민의 요구이지만, 윤 대통령은 기어이 '국민과 맞서는 길'을 택했다"며 "간호법은 윤 대통령 대선 공약이자, 국민의힘 21대 총선 공약"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간호법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정부·여당이 갈등 중재와 합의 처리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묻는다"며 "(정부·여당은) 오히려 거부권 행사 명분을 쌓기 위해 국민 분열을 선택했다. 국민 통합의 길로 가야 할 정치 상황은 극단적 대치의 길로 가게 됐다"고 덧붙였다. 정의당도 윤 대통령의 간호법 제정안 거부권 행사에 대해 국민과 의회민주주의를 저버린 행위로 규정하며 날을 세웠다. 김희서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윤 대통령은) '간호법이 과도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국민 불안감을 초래한다'고 했는데, 국민이 볼 때 어떤 설득력도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취임 1년 만에 전 대통령 박근혜 씨와 같은 거부권 행사 수를 기록했다"며 "이미 노골적으로 거부권을 예고하는 방송법과 노란봉투법까지 하면 '이명박근혜' 정부의 10년 동안 거부권 수도 집권 전반기에 넘어설 상황이다. 가히 '거부권 대통령'이라 할 만하다"고 꼬집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민주당이 주도해 본회의 문턱을 넘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당시 국회로 다시 넘어온 양곡법은 재표결에 부친 결과 재석의원 290명 가운데 찬성 177표, 반대 112표, 무효 1표로 3분의 2 미달로 부결됐다. 야당의 융단 폭격에 국민의힘은 야당 주도로 처리한 간호법에 대해 '의료계 갈라치기', '날림 입법'이라며 대통령 엄호에 나서는 모습이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간호법에 반대하는 13개 직역 단체를 나열한 뒤 "의료계가 두 쪽으로 갈라져 극심한 갈등과 혼란에 빠지게 된 것은 부작용이 뻔히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의석 수로 밀어붙인 거대 야당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얼마나 급했으면 간호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면서 앞뒤도 안 맞는 조항을 수정도 하지 않고 그대로 통과시켰다"며 "그 자체로 날림 심사를 자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에 야권은 향후 재투표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어서 정치권 갈등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은 국민 뜻에 따라 국회에서 재투표에 나서겠다"며 "국민 건강권에 직결된 문제인 만큼 흔들리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배진교 원내대표도 이날 의원총회에서 "윤 대통령의 국회 입법권 부정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헌법과 국회법이 정한 대로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의를 추진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국회에서 다시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국민의힘 의석 수(115석)가 재적의원 3분의 1을 넘기 때문에 전체가 반대하면 재표결을 해도 통과 가능성은 낮다. 본회의 표결에서 부결되면 법안은 자동으로 폐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