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현실vs이상…원전‧재생에너지 딜레마 확대
尹 정부 원전 복구 나서…재생에너지 사업 위축 우려 우크라 사태 여파 에너지 대란으로 탈원전 獨도 요동 “양 산업 상호보완으로 공존 가능한 시스템 구축해야”
2024-05-17 신승엽 기자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글로벌 에너지 대란으로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둘러싼 생태계 논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에너지 안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 원전 생태계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했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원전에서 생산하는 에너지를 대체하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에너지 대란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도 커졌다. 윤셕열 정부는 탈원전 정책 폐기를 선언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전력난 우려로 이어졌고, 결국 모든 국민들을 설득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전력 수요 조사에서도 원전 축소의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여름 최대 전력 수요가 8월 둘째주쯤 91.7~95.7GW 범위에서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실제 전력 수요는 예상보다 한 달 가량 빠르게 93GW까지 치솟았다. 2018년 기록(92.5GW)까지 넘어선 수치다. 윤석열 정부는 원전 생태계 회복을 위해 고리 2호기의 재가동을 추진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 여파로 안전성 심사와 설비개선을 받지 못한 고리 2호기는 지난달 8일부로 가동이 중단됐다. 고리 2호기 재가동이 추진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최소 2년 이상 소요될 전망이다. 당초 원전은 동일본 대지진 사태로 위험성이 부각된 바 있다. 당시 후쿠시마 원전이 지진의 여파로 폭발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원전의 폭발로 인근 지역이 방사능에 피폭됐고, 현재도 위험성을 경고하는 전문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원전도 지진이 발생할 경우 국민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원전을 줄였다는 것의 이전 정부의 명분이다. 문재인 정부가 시행한 재생에너지 사업 육성은 정답으로 볼 수 없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트렌드에 부합할 수 있지만, 지속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탈원전을 선언한 타 국가들은 에너지 대란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4월 원전 3기의 가동을 중단한 독일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독일은 재생에너지 활용 비중 확대를 10년 이상 추진했다. 독일 에너지수자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 전력 생산에서 재생에너지 비율은 44.6%에 달했다. 독일은 탈원전을 선언한 뒤 재생에너지 활용을 늘리고 있지만, 원전을 이용하는 프랑스·스위스 등으로부터 전기를 수입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균일하게 에너지를 생산하지 못하는 재생에너지 비용을 늘린 만큼 변수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부족한 에너지는 화석연료로 태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 속 원전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국가들이 규합하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유럽 내 원자력 발전 확대와 원전에 대한 유럽연합(EU)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친원전 국가들의 장관 회의를 소집했다. 이번 회의엔 프랑스를 포함, 벨기에, 네덜란드 등 EU 내 친원전 국가 14곳과 이탈리아, 영국도 참여한다. 원전 공급망을 확대하고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자는 데에도 합의했다. 다만 어느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은 중간점을 지향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 추세다. 재생에너지를 활용함과 동시에 원전의 기능을 인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원전업계 한 관계자는 “원전은 기저 전원으로 활용하면서, 태양광‧풍력 등을 조금씩 확대하는 것이 두 생태계의 공존을 불러올 수 있다”며 “정쟁에 휩쓸려 한 분야만 내세우는 의견과 달리 현실적으로는 두 산업의 상호보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전 생태계를 복구해도 추락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현재 중국과 러시아가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비중을 늘리고, 한국의 경쟁력이 떨어진 바 있다”면서 “정부는 원전 생태계 복구에 집중하고 있지만, 이미 추락한 한국 원전 기술력은 관련 중소기업들까지 폐업 위기로 내몰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