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의약품 부족 사태, 규제 개선으로 제약산업 강화해야
美 의약품 부족 5년만에 최고치… 백악관, 문제 해결 나서 韓, 업계 자발적 노력으로 공급 수요 안정 업계 “기업 부담 늘리는 규제 개선 나서야”
2024-05-17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글로벌 의약품 부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면서, 국내 의약품 생산 능력을 저해하는 규제 개선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17일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은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의 의약품 부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의약품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의 의약품 공급을 저해하는 만성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팀을 운영한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해 유럽 연합(EU) 제약 그룹은 29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의약품 부족 사례를 조사한 결과, 모든 국가가 “지역 약사들이 의약품 부족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내 제조업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특히 의약품 공급망을 회복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요가 높은 제네릭 의약품은 가격이 저렴하고 마진이 적어 제조업체는 비용 절감을 위해 인도나 중국과 같은 저비용 국가의 시설에서 제조하고 있다. 다만 안전성 문제가 발생하기 쉽기 때문에 리콜 및 의약품 부족으로 이어지는 만성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 글로벌 사회가 위험에 직면한 것과는 달리, 국내는 의약품 부족을 체감하기 어려운 상태다. 코로나19 시절에 일시적으로 감기약 수요가 부족했던 것을 제외하면, 일선 약국의 의약품 보유량은 충분한 편이다. 이는 우리 국민들에게 사재기 등 경제 교란 행위가 없었던 이유도 있지만, 국내 제약사들이 현장을 면밀히 체크하며 수요에 적극 대응한 덕택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기업들은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정부의 제품 추가 생산 요청까지 수용했다. 식약처는 팬데믹 당시 부광약품, 삼아제약, 영풍제약, 종근당, 제뉴파마, 코오롱제약, 하나제약, 한미약품 등에게 감기약 증설을 요청했는데, 해당 기업들은 이를 수용해 추가 생산에 돌입한 바 있다. 동아제약, 대원제약, 동화약품 등은 휴가 기간에도 생산 라인을 유지해 의약품 공급 안정화에 일조했다. 그러나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는 기업의 발목을 잡아 생산 의욕을 떨어뜨리고 있다. 업계는 의약품 추가 생산에 부담을 주는 사용량-약가 연동제 개선을 요청했지만, 정부는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인 바 있다. 또 지난 4월 제약바이오협회 등 업계 관계자들은 필수의약품 원료를 국가전략기술 대상으로, 일반 원료의약품을 신성장‧원천기술 대상에 추가해 조세특례법상 세액 공제 혜택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기업은 해외, 특히 중국산 원료의약품 의존도가 매우 높다. 의약품 부족 현상에 따른 각국의 ‘원료 무기화’를 대비하기 위해, 업계가 먼저 국내 원료의약품 산업에 R&D 및 시설투자 보조금을 지원하는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검토하겠다고 답변했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진전사항은 없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SK바이오사이언스는 국내에 설립한 우수한 의약품 제조시설을 바탕으로 전 세계 백신과 바이오시밀러 공급을 책임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바이오 의약품 자국 내 생산’ 방침으로 국내 생산 시설이 미국으로 옮기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의약품이 줄어들면 갑작스런 의약품 품귀에 대비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S사 관계자는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이 재발하면 각국은 자국 내 의약품 유출을 제한할 수 있다”며 “현재 수요 공급이 안정적이라고 해서 안심하긴 이르다. 사태가 국내로 확산되기 전에 기업의 의약품 증설 역량을 강화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