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채한도 협상 또 결렬…바이든, 정상외교 일부 취소
바이든-매카시, 이견 좁히지 못하고 1시간 만에 종료 파푸아뉴기니·호주 방문 일정 물거품…호주 총리엔 "국빈 초청"
2024-05-17 염재인 기자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공화당과 부채한도 상향 협상이 또다시 불발되면서 예정된 외국 순방 일정 일부를 전격 취소했다. 눈앞에 닥친 미 연방정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막으려는 고육지책이다. 결과적으로 중국과 전략적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부채한도 상향을 둘러싼 국내 현안이 인도·태평양 지역 정상외교의 발목을 잡게 됐다. 다만 양측이 빠른 시일 내 협상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만큼 이번 주말 타결 가능성도 남아 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끝나는 21일 미국으로 돌아올 것"이라면서 예정된 해외 순방 일정을 축소했음을 밝혔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에게 순방 일정 연기 계획을 알렸으며, 앨버니지 총리의 미국 국빈 방문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 참모들은 제임스 마라페 파푸아뉴기니 총리의 참모들에게도 순방 연기에 대해 소통했다. 당초 바이든 대통령은 19~21일 G7 정상회의에 이어 24일에는 호주 시드니에서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협의체 쿼드(Quad)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특히 호주로 가기 전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남태평양의 파푸아뉴기니를 방문해 태평양도서국(PIF) 회원국 정상들과 만날 계획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중국 견제 차원에서 중요했던 인도·태평양 지역 정상외교를 취소하기로 전격 결정한 것은 미 연방정부의 디폴트 우려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등 의회 지도부는 이날 다시 만나 부채한도 문제를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약 1시간 만에 협상을 끝냈다. 다만 양측은 디폴트 마감 시한인 다음 달 1일 전까지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는 만큼 극적 합의 가능성은 남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회동 뒤에 참석한 유대계 미국인 행사에서 "아직 할 일이 있다"며 "우리가 디폴트를 피하는 방향으로 계속 진전을 이룰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매카시 하원의장도 회동 뒤 기자들에게 "이번 주말까지 협상을 타결하는 게 가능하다"며 "짧은 시간에 할 일이 많다"고 언급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에 있는 동안에도 의회 지도부와 통화하고 귀국한 뒤 다시 만날 계획이다. 그동안에는 백악관의 스티븐 리셰티 선임고문과 샬란다 영 예산관리국장, 루이자 테럴 입법 담당 국장이 매카시 하원의장 팀과 협상을 진행한다. 부채한도는 미국 정부가 빌릴 수 있는 돈의 최대치를 의회가 설정한 것으로 이를 초과해서 국채를 발행하려면 의회가 한도를 상향해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하원의장 모두 부채한도 상향에는 동의하지만, 공화당이 정부 지출 감축을 조건으로 내걸면서 협상이 지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