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간호법 거부권' 여진…與 "불가피한 선택" vs 野 "삼권분립 위태"
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에 여야 갈등 지속 민주당 연일 맹공에 국민의힘 방어 총력
2024-05-17 염재인 기자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정치권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이어 두 번째 거부권을 행사하자 '삼권분립 위반'이라며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은 의료계 갈등 심화와 국민 생명 직결 등을 이유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대통령 비호에 집중했다. 야당이 간호법에 대한 재투표를 예고한 상황에서 여당이 간호사 처우 개선에 공감하며 야당과 대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향후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시행령 정치'로 국회 입법권을 위협하더니 이제는 '거부권 정치'로 삼권분립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며 "거부권 행사는 독선·독단·독주의 다른 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국정 운영의 기본 정신은 소통과 균형, 통합"이라며 "국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큰 현안을 두고도 제1야당 대표와 마주 앉아 대화하지 않는 닫힌 정치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야당은 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 약속하고 여당이 스스로 발의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도 지적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야당 간사인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이건 (윤 대통령) 본인의 공약이고, 여야가 합의 처리했고, 본회의 직회부 과정에서도 철저히 국회법을 준수했다"며 "공약을 본인이 거부한 헌정사 최초의 대통령"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여당은 간호법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방어전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지난 16일 윤 대통령이 간호법을 국회에 재의 요구한 데 대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법을 그대로 통과시키면 의료 체계 내에 갈등이 심화되고, 그거는 결국은 국민의 건강 생명과 직접 연결된다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거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 수석대변인은 간호법 제정안 마련을 공약했다는 야당 지적에 대해서는 "간호사 처우 개선에 대해 그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진정성을 보이고 있다는 생각"이라고 반박했다. 현재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권은 간호법 제정안 재투표 방침을 밝힌 상태다. 통과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대해 강 의원은 "(민주당이) 170석은 되지만, 200석은 안 되니 재의결 부쳐봐야 의미 없는 게 아니냐고 하지만, 이건 정당의 책임과 관련된 문제"라며 "재의결을 통해 공약에 대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은 간호사 단체 측에서 요구하는 처우 개선 등에 공감하는 만큼 여야 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유 수석대변인은 "국민 건강과 직결된 법안들은 여야의 깊은 토론과 협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며 "지속적인 대화를 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추후 야당과 협의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윤 대통령이 간호법 거부권을 행사하자 대한간호협회는 간호법 제정 추진 범국민운동본부(간호법 범국본)와 공동으로 지난 16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약속을 파기한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책임을 묻겠다"면서 단체 행동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