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칼럼] 벌써 일 년

2023-05-18     매일일보
김용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국가를 정상화시키기 위한 많은 시도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부분도 있었다. 잘한 점도 있었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아쉬운 점은 개선해서 4년 뒤 더 나은 정부로 평가되었으면 좋겠다.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대한민국 외교의 중심축을 되돌려 놓았다는 것은 잘한 점으로 꼽고 싶다. 대통령의 의지와 결심이 역할을 했다. 

짧은 기간 대한민국이 글로벌 중추 국가로 발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자유민주주의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6·25전쟁 당시 자유의 연대 속에서 미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이 대한민국을 도왔고, 덕분에 우리는 자유를 기반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2023년 국제 정세는 과거 냉전 구도처럼 한미일과 북중러의 '신냉전 구도'로 흐르고 있다. 반도체, 바이오, 녹색산업 등 글로벌 공급망을 둘러싼 미중 패권 경쟁은 심화될 전망이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계속되는 북한 도발은 역내 안보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우리는 북한 위협을 막기 위해 미국과 함께 확장억제가 필요하다. 

한미일 3국 각국 입장에서 생각해도 그 어느 때보다 한미일 협력은 중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한 전제는 한일 간 관계 개선이었고, 대통령의 결심이 있었다. 하지만 한일 관계는 정부가 국민 공감대보다 앞서 나간 측면이 있었고, 관련해서 정부와 여당은 대화와 설득의 노력이 부족했다. 앞으로도 국민과 소통 방식은 더욱 노력해야 할 지점이다. 

지난 1년 아쉬운 점은 정치 본연의 기능을 살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여소야대 상황의 대통령 중심제는 정부와 국회, 여당과 야당 간 대화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여당과 야당은 방법론 측면에서 다를 수 있지만,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는 지향점에서 끊임없이 대화하고 설득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여당과 야당이 다른 것이 아니라 틀렸다는 식으로 규정해버리면 여소야대 상황에서 정부 운영은 녹록지 않을 것이다. '비토크라시(vetocracy)'가 만연하고 거부권 정치가 이어질 것이다. 

야당은 정부 여당과 함께 국정 파트너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문재인 정권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문재인 정권에서는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야당을 적폐로 규정하고 청산 대상으로 삼았다. 적폐 청산과 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야당의 비판을 존중하지 않은 채 설익은 정책들을 그대로 밀어붙였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었으며, 내로남불의 대명사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하지 말자는 뜻으로 국민은 윤석열 정권을 만들었다. 남은 4년은 대화를 복원시켜 국민께 희망을 드릴 수 있는 정치가 되어야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사법부가 판단할 몫이다. 그리고 정치적으로 유권자가 심판할 요소다. 사법리스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대표로 선출된 이재명 대표와 만나서 국가와 국민을 이야기해야 한다. 

0.7%포인트(p)라는 숫자에 함의가 있다. 남은 기간 대화와 타협을 복원해서 국민께 희망을 드리는 정치가 되었으면 좋겠다. 벌써 일 년이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