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자본시장 워치독’…사고 터지면 뒷북치는 금융당국이 피해 키워

개미 울리는 불법리딩방 판 치는데...'사후 단속' 일관 제도 허점 지적 잇따랐지만 당국은 방지턱 낮추기만

2024-05-18     이광표 기자
자본시장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자본시장 내 대형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도 사후 대응으로 일관한 금융당국의 책임론이 부각되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에 큰 충격을 준 SG증권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와 김남국 코인 사태 등 개인투자자들이 등을 돌릴만한 이슈들이 연이어 터지는 가운데 제도적 허점을 외면한 금융당국에게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특정 세력이 주가를 마음대로 주무르는 데 사용한 차액결제거래(CFD) 제도의 허점을 키운게 금융당국이고, 규제 밖에 있는 코인 시장도 투자가 과열될 당시 규제 도입 목소리가 컸지만 투자자들 눈치 보느라 소극적이었던 당국의 책임이 크다는 평가다.  그리고 결국 이번에도 뒷북 대응이었다.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최근 10년간 거래에 대해 전수조사에 나서기로 했고, 국회의원 코인 스캔들이 터지자 겨우 관련 입법 움직임이 시작됐다. 투기와 투자의 분리 없이 금융시장 건전성을 유지할 수 없지만, 늘 규제는 투기보다 늦게 움직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8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SG증권발 사태 대응책과 관련한 비공개 당정 협의에서 한국거래소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시장감시시스템 개편 착수 계획을 보고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10년간 거래를 전수 조사하고 1년 이상 장기 작전도 불공정거래 혐의 종목 선정 시 포함하겠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고 설명했다. 거래소는 일단 최근 10년간 거래의 시계열에 대해 전수 조사를 통해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와 유사한 수법의 불공정거래 행위가 있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이는 최근 주가 폭락 사태로 구속된 라 씨 주도의 주가 조작 세력과 같은 사례가 예전에도 있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특정 세력이 주가를 마음대로 주무르는 데 사용한 차액결제거래(CFD) 제도에 큰 허점이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CFD 제도는 그동안 해당 리스크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와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랐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증거금을 이용한 소극적인 규제만 하는데 그치면서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CFD에 대한 위험성은 이곳저곳에서 지적해왔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자본시장위험보고서를 통해 CFD가 "증권사의 공격적인 영업으로 시장 과열 우려가 있다"며 "주가 변동성 확대시 CFD거래의 레버리지 효과 등으로 투자자 손실 발생 소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도 지난 2020년 CFD시장의 불공정거래 여부를 집중 심리하며 "익명성을 악용한 미공개정보이용과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개연성 및 사례가 적발되고 있어 집중 심리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출신의 민주당 이용우 의원도 지난해 한 언론 기고를 통해 "금융당국에 투자자 신용공여 한도에 CFD를 포함하여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고 주장했다.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 대표 출신의 민주당 홍성국 의원도 지난 2020년 국정감사에서 금융위원회에 "CFD가 레버리지비율이 최대 10배에 달하는 등 손실위험이 크기 때문에 전반적인 파생상품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주문한 바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CFD와 전문투자자 제도에 '증거금' 외 다른 방지턱을 두지 않았다"며 "문제는 '증거금'이 정상적인 상황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주가폭락은 물론 이번처럼 주가조작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는 더더욱 안전판이 될 수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금융노조도 SG증권발 주가조작 사태를 방치한 금융당국을 비판했다. 금융노조는 지난 16일 간담회를 열고 "금융위가 한국거래소의 시장감시 기능을 통해 받은 사전 제보를 이용해 주가조작 사태를 미리 방지할 수도 있던 사건"이라며 "금융당국의 무지와 무능이 막대한 피해액과 피해자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최근 주식 리딩방 등 유사투자자문업자의 불법 행위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데도 대부분 사후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방 대신 투자 피해가 발생한 뒤에야 조사·처벌에 돌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카카오톡 오픈채팅에 존재하는 주식 관련 채팅방 중 다수가 특정 일당이 특정 종목을 정해 매수를 유도하는 일명 주식 리딩방인데 마땅한 제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한국은 이례적일 정도로 개인의 직접 투자 비율이 높은 국가인데 선량한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사전 단속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