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노란봉투법 등 대기…'野 단독처리-與 거부권' 악순환
야당, 쟁점 법안 강행 예고에 여당 '거부권' 만지작 "입법 독주" vs "삼권분립 위협"…'거부권 정국' 장기화
2024-05-21 염재인 기자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21대 국회가 야당의 법안 단독 처리와 여당의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반복되면서 이른바 '거부권 정국'을 연출하고 있다. 야당은 방송법과 노란봉투법 등 쟁점 법안들에 대해서도 강행을 예고하고 있어 윤석열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에 이어 세 번째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커졌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간 '강 대 강' 대치가 지속되면서 '협치 실종'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오는 25일 본회의를 하루 앞두고 24일 전체회의를 열기로 했다. 통상 전체회의는 법안소위원회에서 의결된 법안을 최종 심의·의결하기 위해 연다. 이날 야당은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22일부로 법제사법위원회 계류 기간 60일이 넘어 본회의 직회부 요건은 충족된 상태다.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기업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노란봉투법은 지난 2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주도로 환노위를 통과했으나, 정부·여당 반대로 계류 중이다. 야당이 노란봉투법을 본회의 직회부 처리한다면 여야 대치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체 환노위 16명 중 민주당 9명, 정의당 1명으로 야당 단독 본회의 직회부가 가능하다. 야당이 지난 3월 본회의에 직회부한 방송법 개정안도 뇌관 중 하나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에 직회부된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등 이른바 '방송 3법 개정안'은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다. 방송법 등 개정안은 공영방송 이사를 현행 9명 또는 11명에서 21명으로 늘리고 국회, 학회, 시청자위원회, 언론단체 추천을 받는 등 공영방송 지배구조 변경을 골자로 한다. 여당은 친야 성향 학회와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이사직을 독점해 공영방송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지난 17일 민주당이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단독 처리한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개정안, 즉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을 두고도 여야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 개정안은 졸업 이후 취업 전까지 소득이 없을 때 발생하는 이자를 면제해 주는 것이 골자다. 현재 여당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하고 있다. 여야가 주요 쟁점 법안들과 관련해 대립하는 상황에서 거대 다수 의석을 가진 야당이 입법을 주도하고, 대통령이 거부권으로 이를 저지하는 패턴을 반복하면서 협치가 실종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당장 오는 24일 노란봉투법의 직회부 전망이 나오면서 대통령이 세 번째 거부권 카드를 쓰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여야 모두 상대 당에 대한 '삼권분립 위협'과 '입법 독주' 프레임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전략상 유리하다는 판단이 어느 정도 자리한 만큼 향후 21대 국회 후반부는 이른바 '거부권 정국'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