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지난 1분기 예상 이상으로 좋은 실적을 나타내고 있다. 예전에는 연간 영업이익률이 1조원을 넘기기도 어려웠던데 비해, 올해 1분기 영업이익만 6조4000억원을 넘었다. 반도체 등 분야별 산업의 상황이 아주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자동차 산업의 호황은 수출을 기반으로 하는 우리에게는 가장 반가운 뉴스라고 할 수 있다.
둘 중 기아의 영업이익률은 지난 분기 약 12%에 이르러 프리미엄 브랜드인 벤츠나 BMW를 뛰어넘었다. 기아는 이미 현대차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고성능 중대형 차종의 판매가 급증했고 친환경차 실적은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수준을 보인다.
이 같은 기아에게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현대차와 달리 미래를 지향하면서 과거를 볼 수 있는 ‘거울’이 없는 점이다. 현대차는 브랜드의 양산형 최초모델 ‘포니’를 기반으로 다양한 신차를 출시해 ‘과거를 통한 미래의 지향’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전기차 아이오닉5와 미래 콘셉트카 N 비전 74 등 모델이 포니의 디자인을 계승한 모델로 업계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이에 비해 기아는 어떨까. 기아는 오랜 브랜드 역사를 담고 브랜드를 대표하는 차종이 많은 제작사다. 이륜차는 물론 상용차, 승용차 등 국내 자동차 역사를 대표하는 차종으로 베스트셀러도 많다.
1960년에서 1970년대를 대표하는 첫 국민차인 삼륜 K-360 모델은 앞바퀴 1개와 뒷바퀴 2개의 용달차로 소형 상용차를 대표하는 모델로 꼽혔다. 이후 T-1500, T-2000, T-600 등 후속모델이 출시돼 인기를 얻었다.
기아의 대표 공장인 소하리 공장(오토랜드 광명)에서 1973년 최초로 생산된 승용차 ‘브리사’도 언급할 만하다. 현대차 포니보다 빠르게 생산한 모델로 생산 직후 당시 연간 1만대 판매되는 등 기염을 토했다.
이 같은 기아가 다만 여러번 주인이 바뀐 이유로 브랜드 성과를 이어가고 유전자를 전달할 수 있는 계기를 얻지 못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기아에게도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과거의 상징물을 기억하며 고유 유전자를 심어줄 수 있는 ‘기아 헤리티지’가 중요한 시기다. 외부에 기아의 헤리티지를 보여준다는 의미도 크지만 직원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줄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아가 이 같은 흐름을 인식하고 최근 상용 ‘K-360’과 승용 ‘브리사’를 복원하기로 결정했다. 향후에는 현대모터 스튜디오와 같은 형태의 브랜드 시설을 운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기아가 현대차와 차별화한 디자인과 특화 기능으로 재조명받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최근 현대차가 이탈리아에서 포니 쿠페 콘셉트카를 복원한 뒤 공개하며 브랜드 헤리티지를 강조했다. 기아도 이 같은 활동을 통해 ‘과거의 영광을 통한 미래의 확신’을 대내외에 심어주고 직원들의 자부심을 고양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