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산균에 관한 가장 오래된 질문과 그 해답

2024-05-22     안철 강원대학교 의생명과학대학 명예교수
안철
현대사회에서 유산균은 프로바이오틱스라는 이름하에 인류의 건강과 복지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요소가 되었다. 물리, 화학 관련 논문이 주를 이루던 세계 최고의 학술지 ‘셀(Cell)’, ‘네이처(Nature)’, ‘사이언스(Science)’가 이제는 매주 매월 수많은 인간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논문을 쏟아내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왜 우리 몸은 유산균을 무수히 많은 마이크로바이옴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로 받아들일까. 유산균에 관해 가장 오래된 위 질문에 대한 답은 의과학분야의 예기치 않은 연구 결과로부터 시작됐다. 미국 버클리대학의 브룩스 연구팀이 주장한 ‘락테이트 셔틀 이론(Lactate Shuttle Theory)’이 다른 연구자들의 수많은 연구논문에 의해 증명되면서, 그동안 불필요한 피로물질로 인식되어 왔던 유산(Lactate)이 이제 우리 몸 안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적인 생리 및 정보 물질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프린세톤 대학의 라비노비츠 연구팀은 우리 몸이 포도당보다 유산을 더 효율적인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있음을 밝혀냈다. 토론토대학과 칠레의 한 연구진은 유산이 혈당을 낮추는 효과가 있으며 이는 유산이 뇌 시상하부의 호르몬 분비를 촉진해서 근육세포가 혈당을 흡수하도록 만드는 결과임을 각각 발표했다. 마운트시나이 의대 연구진은, 우리가 무언가를 배우면 우리 뇌의 해마에 유산 농도가 증가하며 그 결과 장기 기억이 형성됨을 증명했다. 유산의 흐름을 방해하면 장기 기억 형성 역시 방해를 받게 되는데 이때 포도당을 주면 그 저해 현상이 해제되지 않지만, 유산을 주면 장기 기억 능력이 회복됨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35년 전 이런 질문을 던진 것은 대학의 연구자뿐이 아니다. 당시 함께 고민했던 연구 현장에는 유산균과 프로바이오틱스의 가치를 선각했던 기업들이 있었다. 눈앞의 이익보다는 인간 본연의 건강과 복지의 소중함을 위해 시간과 정열을 아끼지 않았던, 유산균 발효 산업의 불모지에서 태어난 젊은 기업들. 특히, 듀오락 브랜드로 유명한 ‘쎌바이오텍’은 당시 유산균 배양과 발효 시설을 직접 디자인하고 설비했고, 그 과정에서 연구자들에게 무수한 조언을 요청했기에 창업부터 성장까지의 과정을 직접 지켜볼 수 있었다. 시험관을 벗어나 몇 톤의 발효 배양기로 대량의 순수 유산균을 생산하고 정제하는 일은 투입되는 인력과 비용, 시간적 격차가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열한 고민과 연구를 거쳐 한국 유산균 발효 산업의 선구자가 된 기업들은 유럽의 내로라하는 경쟁사를 능가하는 고품질 유산균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도 유산균을 변함없이 유지하고자 하는 기업 정신은 연구자의 그것과도 닮아 있기에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연구자로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전 세계 전문 기업과 첨단 연구실을 비롯한 우리 인류가, 유산균에 관한 오랜 질문들에 대해 답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숨어 있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유산균의 새로운 역할을 발굴하는 연구는 현재진행형이다. 현대생명과학의 메인스트림으로써 유산균의 가능성이 더욱 중요해진 시점, 기업·학계의 지속적인 투자와 새로운 도전에 기대를 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