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원희룡 장관, 정녕 최선의 소신인가?

2024-05-22     안광석 기자
안광석

매일일보 = 안광석 기자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똑똑하다는 것은 국내에서 모르는 이가 없다.

학력고사 수석도 모자라 그 어렵다는 서울대학교 법대 문턱과 사법시험까지 수석으로 넘었다. 이만 해도 국내에서는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울진데, 깔끔한 외모에 심지어 달변가이기도 하다. 오죽했으면 정가에서 “원 의원과는 토론회 나가지 말라”는 얘기까지 나왔었을까. 바둑이나 축구, 게임 등에도 일가견이 있다. 뭐든 다 잘한다는 소위 ‘엄친아’로서의 요건은 다 갖춘 셈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정파적 이념이나 위치를 떠나 할 말은 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사무총장이자 당내 소장파 의원 시절 고위 공직 후보자들의 위장 전입이 논란이 되자 공식석상에서 “처벌대상”이라고 했다. 당시 한나라당이 집권여당이었음을 감안하면 보는 사람조차 살이 떨릴 지경이다. 기자들도 지켜보는데 기라성 같은 선배 의원들 앞에서 “당에 돈이 없습니다. 당비 좀 내십시오”라고 당차게 요구하던 모습도 필자의 뇌리에 깊게 박혀 있다. 그래서일까. 최근 “전세제도 수명이 다 한 것 같다”는 발언. 쉽게 변하지 않는 인간의 천성을 감안하면 “기자들과 전세사기 같은 민감한 현안을 주고받다 보면 원 장관이 맥락상 그런 얘기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든다. 하지만 국토교통부 장관으로서의 발언임을 감안한다면 역시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전세제도는 일종의 불쏘시개다. 오랜 기간 서민의 주거사다리 역할을 해왔을 뿐 아니라, 지금도 당장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젊은층의 수요는 건재하다. 또한 전세는 거주보다는 금융상품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월세랑은 다르다. 수술대에 올려놓으려면 세금이나 대출금리 관련 정책도 건드려야 한다는 의미다. 시장 연착륙을 하겠다는 현 정부 기조와도 배치된다. 전세도 그렇고 부동산 시장 동향 베이스는 금리 변동 여부지만, 그를 움직이는 것은 심리다. 지금은 고금리나 전세사기 여파로 거주지 마련이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이 시기에 부동산 관련 기관 장(長)의 이러한 발언은 일관성이 중요한 부동산정책에 의구심을 들게 할 수밖에 없다. 건설노조 문제도 경솔한 부분이 없지 않아 보인다. 건설현장에 만연한 불법·부당행위를 시정하겠다는 취지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그들도 국민이고, 원 장관 본인도 구로공단 근로자 출신인데 결과만 보자면 노동자만 바꾸면 된다는 식의 무관용 잣대 들이대기다. 건설노조가 옳다는 것은 아니다. 흑백구도를 분명하게 설정해 놓은 현 상황만 보면 고질적으로 발생해 온 ‘건폭’ 관련 시스템적 원인에 대한 고찰은 해봤는지, 사전에 근로자들과 충분히 대화를 해봤는지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 최근에는 본인의 SNS에 민주노총 건설노동자 분신사망과 관련해 “동료의 죽음을 투쟁의 동력으로 이용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라는 글까지 남겼다. 진실 여부나 소속을 떠나 조사규명이 진행 중인 사고에 공인(公人) 위치에서 굳이 편향성 다분한 소회를 밝혀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이 역시 소장파 의원 시절 당 지도부에도 ‘NO’를 당당히 외쳤던 소신에서의 발로라면 존중한다. 하지만 진의와는 별도로 원 장관 본인은 현재 지나가는 발언이라도 ‘타초경사’(打草驚蛇)가 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국토부 장관이기도 하거니와, 말(言) 수위 조절이 생명인 국회의원만 몇 해를 했는데. 오해 소지가 가득했던 그동안 발언들이 필자의 오해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