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성장 정체’ 韓 경제, 中企로 활로 개척한다
반도체, 전자제품 등 핵심 품목 부진… 14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 제조업 대기업 중심 산업 구조 탈피 필요… 中企 활성화 시급 중기부 "中企 수출·매출 비중을 50% 이상으로 올릴 것"
2023-05-23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반도체·전자제품·배터리·제약바이오 등 기간산업이 침체되면서 한국 경제가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수출·매출 비중을 극대화하는 '중소기업 중심 경제 활성화' 전략으로 위기 극복에 나설 계획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가 경제의 대동맥과 같은 반도체, 전자제품, 배터리 등 대기업 위주의 핵심 산업이 연이은 글로벌 악재로 큰 타격을 입은 상태다. 관세청이 최근 발표한 ‘5월 1일~20일 수출입 현황’을 살펴보면 수출은 324억4300만 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16.1% 감소했다. 그중 반도체(△35.5%)와 석유제품(△33.0%), 무선통신기기(△0.8%), 정밀기기(△20.9%) 등 수출이 감소해 핵심 품목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또 중국(△23.4%)과 미국(△2.0%), 유럽연합(△1.1%), 베트남(△15.7%), 일본(△13.9%) 등 전반적으로 모든 국가에 대한 수출도 감소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의하면 지난 4월 기준 무역수지는 26억 2000만 달러 적자를 냈으며, 지난해 3월부터 1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글로벌 경기 회복세 둔화와 반도체 업황 부진이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수출의 필수 품목인 반도체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유가 하락은 석유제품·석유화학 제품의 단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무역 적자는 주로 수출을 초과한 수입이 더 많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은 전기차, 반도체에 대해 엄격한 산업 보호 조치를 시행하고 있으며, 에너지가격 상승에 따른 생산 비용 증가로 적자 행진을 우려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차세대 산업 동력으로 꼽은 제약바이오의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미국이 지난해 미국에 들어오는 바이오 의약품을 자국 내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국내 기업들은 생산 시설을 미국으로 옮기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핵심 품목의 부진은 글로벌 악재에 따라 발생한 불가피한 상황이라 사실상 정부와 기업에서도 마땅한 대책이 없는 상태다. 이에 정부는 대기업 위주의 주력 산업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아직 국내 기업 전체 매출에서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중소기업계의 역량을 적극 확대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최근 중소기업이 전체기업의 매출 50% 이상, 전체수출의 50%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담은 ‘중소‧벤처 50+비전’을 발표했다. 이를 위한 복안으로 △중소기업 분야 디지털화 촉진, 스마트 공장 고도화로 생산성 향상 △중소·벤처기업의 해외진출 지원거점 확대 및 전문인력 확충 △지역대표 중소기업 300개 육성 △기업가형 소상공인 육성 등을 제시했다. 중기부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국내 중소기업의 매출액은 2673조 3019억 원으로 전체 기업 매출액의 47.2%를 차지하고 있다. 중기부의 전략이 적중해 50%가 될 경우 중소기업계의 매출은 약 200조 가량 향상된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3~4곳의 연매출을 합친 규모다. 이를 위해 중기부는 우선 중소기업 수출을 저해하는 장애물을 걷어내 수출증대로 이어지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이영 장관 취임 이후 중기부는 중소기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납품대금연동제와 복수의결권 제도를 도입하는 성과를 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 장관은 핵심규제를 100개 선정해 하나씩 해결하는 ‘규제 뽀개기’로 개혁에 속도를 높인다. 규제 개혁이 선행되는 분야는 바이오, 메디컬, 모빌리티다. 대기업의 주력 산업인 제조 의약품이 아닌, 벤처 플랫폼 비율이 높은 비대면 진료 법제화 및 연구소 위주의 첨단 의료기기 수출 활성을 도모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모빌리티와 바이오는 글로벌 트렌드인 인공지능 등 딥테크 산업과도 관련이 깊은 만큼, 규제에서 벗어난 관련 기업들이 세계적인 경쟁력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악재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도를 탈피하고, 중소기업 비중이 높은 콘텐츠 산업에도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국내 콘텐츠 산업 매출이 146조 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6%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한류 문화가 전 세계에 확산되며, 모든 콘텐츠 분야의 수출액이 수입액을 초과해 흑자를 기록했다. 게임(83억 6053만달러), 음악(7억 6124만달러), 방송(6억 5724만달러) 등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2020년 코로나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전체 산업 수출이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음에도 콘텐츠산업은 16.3%라는 매우 높은 성장률을 보인 바 있다”며, 글로벌 악재에도 타격이 적은 산업을 육성해 경제 건전성을 키워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