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도 美 제재 '역공'…K-반도체, 여파 예의주시

마이크론 중국 공백…삼성·SK 반사이익 얻나 美, 대중 반도체 규제 동참 압박 더욱 거세질듯

2024-05-23     신지하 기자
미중

매일일보 = 신지하 기자  |  중국이 메모리 분야 세계 3위 미국 마이크론에 제재를 가하며 미국에 역공을 가했다. 중국의 이번 조치로 한국 반도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번 중국의 미국 제재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사실상 마이크론 제품 판매를 금지하기로 하면서 기존 고객들이 한국과 중국 기업 등 대체 공급업체로 향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대중 압박을 강화하는 미국을 상대로 중국이 지금껏 보여준 가장 강한 보복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산하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CAC)은 지난 21일 마이크론 제품에 심각한 네트워크 보안 문제가 존재한다며 "중요한 정보 시설 운영자는 마이크론 제품 구매를 중지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3월31일 마이크론에 대한 심사 개시를 발표한 지 50여일 만에 내려진 조치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도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지난해 마이크론 전체 매출에서 중화권 매출 비중은 25%, 중국 매출 비중은 11%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중국에서 마이크론 제품 판매 금지가 현실화한다면 중국 내 반도체 공급망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중국의 이번 조치로 중국 기업들은 마이크론의 메모리 반도체를 중국 현지 반도체 업체 또는 한국 반도체 업체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며 "마이크론 제재가 현실화하기 전에 중국 기업들은 5~6월부터 삼성전자, SK하이닉스로부터 재고 축적을 위한 단기 주문을 늘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의 중국 내 부재를 채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로 한국이 미묘하고 불편한 상황에 처했다며 마이크론이 중국에서 처한 어려움을 계기로 한국 혹은 마이크론의 경쟁사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돈을 벌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반도체 업황 악화 속에서 한국 기업이 얻을 이익은 미미하다는 분석도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마이크론의 중국 매출 비중이 그렇게 높지 않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 대체 수요를 나눠 흡수한다고 이를 마이크론 제재에 따른 수혜라고 부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메모리 제품 단가 하락으로 기업들의 매출이 대폭 줄어든 상황에서 1~2% 매출 상승은 한국 기업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반도체 경기를 감안하면 매출이 갑자기 늘어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서 미국의 한국을 향한 대중 반도체 규제 동참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서 마이크론의 공백이 생긴다고 해도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현재 상황에서 득과 실을 따질 단계는 아니지만 향후 여파에 대해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에 반발하는 미국의 다음 행보가 더 중요하다"며 "미국이 한국에 대중 제재에 대해 함께 해 달라는 요구가 한층 높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