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현대차그룹, 위기에 강한 비결은 ‘수직계열화’

수직계열화, 코로나19 등 대외 변수에도 고성장 이룬 비결 정몽구 명예회장, 일찌감치 '쇳물서 車까지' 표어 내세워 정의선 회장, 전기차 시대서도 밸류체인 구축 전략 가동

2024-05-23     김명현 기자
정의선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위기에 강한 완성차' 코로나19 사태, 반도체 수급난 속에서도 호실적을 낸 현대자동차그룹에 붙는 수식어다. 대부분의 완성차가 대외 악재로 신음할 때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세계 완성차 3위로 발돋움했다. 현대차그룹의 고속성장과 위기에 강한 DNA는 '수직계열화'가 핵심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수직계열화에 기반한 유연성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 부족 사태 등으로 완성차 대다수가 고전할 때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첫 3위(684만대)를 거머쥐었다. 이는 전 세계가 현대차그룹에 주목하는 이유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2일(현지시간) '현대차는 어떻게 이렇게 '쿨'해졌나(How Did Hyundai Get So Cool?)'라는 제목으로 회사의 창업부터 미국 진출, 세계 3위 완성차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집중 조명했다. 앞서 지난해 4월에는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올해의 선구자'로 선정하기도 했다. 뉴스위크는 “현대차가 원자재와 부품을 공급하는 많은 업체들을 계열사로 흡수하는 등 부품 공급망을 수직계열화하는 방식으로 성장했다"면서 "다양한 전기차 모델을 시장에 선보이고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고 평했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일찌감치 수직계열화를 추진했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쇳물에서 자동차까지'라는 표어를 내세워 양적 성장과 수직계열화를 이뤄냈다. 바톤을 이어받은 정의선 회장은 글로벌 정세에 기민하게 반응하며 전기차 시대에서도 탄탄한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정 회장은 뉴스위크 '올해의 선구자'로 선정된 뒤 인터뷰에서 "수직계열화가 왜 필요한지는 공급망 문제만 봐도 알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때문에 현대차그룹의 다음 스텝 역시 전기차 밸류체인 완성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수직계열화로 내연기관차 경쟁력을 대폭 끌어올린 경험이 있어 누구보다 이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협력 업체와 마찰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경쟁사 테슬라가 완벽한 공급 체인을 만드는 만큼 이는 물러설 수 없는 영역"이라고 덧붙였다. 전기차 1위 업체인 테슬라는 배터리뿐 아니라 2차전지 소재 및 핵심 광물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미‧중 갈등,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인 리스크로 핵심 부품의 안정적인 수급이 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여기에 자국 전기차 산업 육성에 강드라이브를 건 미국이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를 전격 시행하면서 배터리 내재화 필요성이 커지는 양상이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배터리 내재화를 추진하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하이브리드용(HEV) 배터리를 자체 개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내년부터 현대차·기아의 하이브리드 신모델에 적용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는 향후 전기차 폭증기에 배터리 수급 문제에서 자유롭기 위해 배터리 제조 경쟁력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내재화에도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8월 차량 반도체 스타트업인 보스반도체에 투자를 결정했다. 현대차그룹은 해당 투자를 계기로 경쟁력 있는 차량용 반도체를 개발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반도체 업체와 협력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적극적인 인수합병(M&A)를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는다. 지난 2020년 현대모비스의 현대오트론 반도체 사업부 인수, 지난해 현대차그룹 반도체전략 태스크포스(TF) 신설 등도 반도체 내재화 추진의 일환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