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노란봉투법, 산업현장 아수라판 만든다

2023-05-24     김영민 기자
김영민

매일일보 = 김영민 기자  |  "한국기업에 투자를 결정할 때 가장 걸리는 것이 노동조합이다."

한 외국인투자기업 고위임원의 말이다. 그는 강성노조, 하투(夏鬪), 파업 등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노동조합 문제를 꼬집었다. 우리나라의 노동 규제와 노조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전국 201개 주한 외국인투자기업을 대상으로 '규제 인식'을 조사한 결과, 다른 국가에 비해 개선해야 하는 한국의 규제 분야로 '노동 규제'가 48.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한국의 노동 규제가 투자활성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 것이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져 있는 외투기업들의 눈높이에서 볼 때 우리나라의 노동 규제와 노조 문화는 악명이 높다. 고용, 근로시간 등 경직된 노동 규제와 지나치게 투쟁적인 노조 문화에 대한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 한 외국인들의 투자를 기대하기 어렵다. 아무리 경쟁력 있는 기술, 제품을 갖췄다 하더라도 노사 문제가 끊이지 않는 기업에 투자할 투자자는 없을 것이다. 임금 및 단체 협상(임단협)에서 파업 무기를 휘두르며 경영에 차질을 주는 행위를 일삼는 노조는 기업에 가장 큰 리스크 중 하나다. 노조 문제는 기업 상황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마찬가지다. 좋을 때는 더 많이 달라고 몽니를 부리고, 나쁠 때도 더 많은 요구를 들어달라고 아우성이다. 더 큰 문제는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이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노조법 개정안은 사용자 범위, 쟁의행위 대상 확대 등을 담고 있다. 간접고용 노동자의 교섭권이 보장되고, 쟁의행위를 탄압할 목적으로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금지하는 것이다. 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1년 내내 노사 갈등이 이어져 산업현장이 극도의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산업현장이 노사간 싸움이 끊이지 않는 '아수라판'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 논리가 아닌 산업과 기업의 입장을 고려한 산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노조법 제2·3조는 2004년 노무현 정부 당시 처음으로 개정 요구가 나왔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처리가 보류된 후 윤석열 정부에서 다수 야당에 의해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우선 개정안은 사용자의 범위를 무분별하게 확대하고 있어 죄형법정주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고, 법적 안정성을 침해한다. 간접고용 형태인 노무제공자들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할 수 있는 지위라는 모호한 개념을 적용하고 있다. 산업현장에서는 원청사업주 등이 사용자인지를 놓고 충돌이 우려된다. 또한 반복되는 노사분규에 지친 기업들이 쟁의행위 범위가 넓어짐에 따라 다양한 이슈로 끊임 없이 분규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투자결정, 사업장 이전, 구조조정 등 경영진들의 경영상 판단까지 노조가 쟁의행위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어 노사 갈등이 더 심화될 수 있다.  이번 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노조의 갑질이 더욱 심화돼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은 더 떨어지게 된다. 노사관계도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향하는 선진적인 시스템으로 바꾸지 않는 한 외국인투자자들의 눈에서 한국기업은 강성노조가 장악한 사업장이라는 인식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