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당리당략에 빠진 정치권, '노무현 정신'이 절실하다
2024-05-24 염재인 기자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노 전 대통령이 꿈꾸셨던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을 위해 청년 희망을 짓밟거나,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는 반드시 근절하겠다"
"검찰을 비롯한 '권력기관 개혁'을 이루고자 했던 노무현의 간절한 꿈은 기득권에 막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불통 대통령'에게 위협받는 민주주의를 지키겠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4주기 추도식이 열렸던 지난 23일 여당인 국민의힘과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내놓은 성명이다. 여야는 한목소리로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다짐하면서도 마치 짠 것처럼 상대 진영을 겨냥한 날 선 비판을 빼놓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의 '코인 의혹' 등을 거론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고,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불통'과 검찰독재를 규탄했다. 이날 여야는 노 전 대통령의 정치개혁 유업을 이루겠다면서 정작 '노무현 정신'의 중요한 가치인 '통합'과 거리가 먼 모습을 보여줬다. 고인이 된 전직 대통령 추도식 당일에 그의 핵심 정치 철학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을 이어가는 여야에 실소가 나온다. 여야의 이율배반적 모습은 최근 정쟁과 무관치 않다. 21대 국회는 다수석을 이용한 야당의 법안 단독 처리와 여당의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맞불 전략이 반복되면서 협치가 실종된 모습이다. 흡사 치킨게임을 보는 듯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미 취임 1년 만에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 총 두 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다. 야당이 노란봉투법과 방송법 등 쟁점 법안들에 대해서도 강행을 예고하면서 세 번째 거부권 행사 가능성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총선을 1년 앞두고 '입법 독주' vs '삼권분립 위협' 프레임 전쟁이 한창인 여야 눈에 '노무현 정신'이 눈에 들어올 리 없다. 총선 승리라는 욕심이 눈을 가린 상황에서 전직 대통령의 정치 철학도 민생도 여야에겐 그저 도구일 뿐이다. 전 국무총리인 정세균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노 전 대통령 추도식 날 여야를 향해 "국민과 국가를 위한다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당리당략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노무현 정치를 기억하면서 국민을 위한 정치가 진정 무엇인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여야는 정 이사장 지적을 통해 부디 국민을 위하는 정치로,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