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벤처투자 ‘지역 양극화’ 심화…지방 엑소더스 가속
지난해 벤처투자금액, 수도권 80% 이상 비수도권 창업 생태계·스케일업 마련 시급
2024-05-24 김혜나 기자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벤처·스타트업이 침체기에 접어든 가운데, 전반적인 창업 생태계 내 지역 양극화 문제가 대두됐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지자체가 지방 창업 생태계 조성에 힘쓰고 있지만,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와 고용 창출은 여전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중돼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22년 벤처·스타트업 고용동향’에 따르면, 서울은 지난해 벤처투자 규모와 고용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서울의 벤처투자 금액은 3조3913억원, 2위 경기는 1조996억원이다. 서울과 경기를 합친 수도권이 전체 투자금액의 80% 가량을 차지한다. 3위 대전은 3557억원에 불과하다. 고용 창출도 자연스럽게 수도권 중심으로 치우쳤다. 지난해 서울은 전년 대비 1만2409명 늘어 4만9384명을 기록했다. 2위를 차지한 경기는 1만618명에서 1만3379명으로 2761명 증가했다. 대전은 2690명에서 3557명으로 867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팁스(TIPS) 운영사 역시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지난달 말 기준 총 112개의 TIPS 운영사는 수도권에 전체의 74%인 83개사가, 비수도권에는 26%에 그치는 29개사가 소재하고 있다. 유니콘기업과 예비유니콘 기업도 수도권에 몰렸다. 한국의 유니콘 기업 34개사 중 32개사가 수도권, 2개사가 비수도권에 위치했다. 지난 2020년부터 2022년 정부가 선정한 예비유니콘 기업도 70개사 중 58개사가 수도권 소재다. 17%에 불과한 12곳만이 비수도권이다. 김정호 산업연구원 중소벤처기업연구본부 부연구위원은 지난달 ‘지역 예비유니콘의 현황과 정책 과제’ 보고서를 통해 “국내 예비유니콘의 83%가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는 것은 비수도권의 신산업 및 창업 생태계, 스케일업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벤처업계는 지방 투자 생태계 조성 및 창업 지원 활성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방 벤처기업 대상의 투자가 적은 것은 한국의 구조적인 문제고, 근본적으로는 성장한 기업이 지방에 많이 포진해 있어야 투자가 진행될 수 밖에 없다”며 “대학이나 연구소와 협력해 클러스터가 만들어져야 투자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이 먼저 형성돼야 투자가 진행될 수 있다”며 “투자가 산업을 이끌어가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제언했다. 충청권에서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A 대표는 “지역별로 반도체나 제조업 등 특화된 산업이 있는 만큼, 주로 해당 산업을 영위하는 기업 중심으로 투자가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인력난에 대해선 “구조적으로 수도권에 비해 인력을 구하기 더 어려운 지방 스타트업들은 서울로 올라갈 수 밖에 없다. 자금이 부족한 스타트업은 남들보다 좋은 조건으로 인재를 데려오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인력이 부족하면 제대로 된 제품이나 서비스가 빨리 나오지 않고, 이에 다음 투자까지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