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불법 전력·출퇴근시간 집회 제한"…위헌 논란 불가피
24일 당정협의회 열어 집시법 개정 논의 "신고 단계에서 철저히 대응" 野 "명백한 위헌…민주주의 공격"
2024-05-24 문장원 기자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정부와 여당이 '불법 집회·시위' 전력이 있는 단체의 집회·시위를 신고 단계에서부터 제한하고, 출퇴근 시간대 주요 도심의 도로상 집회도 제한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예고해 파장이 예상된다. 불법 전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헌법상 집회·결사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반헌법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공공질서 확립과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한 당정 협의회' 뒤 브리핑에서 "앞으로 집회를 신고 단계에서 철저히 대응해야겠다"며 "불법 전력이 있는 단체가 이번 (민주노총 건설노조) 집회와 같이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전 질서 위협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시위를 한해서는 집회·시위를 제한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출퇴근 시간대에 주요 도로상에서 개최하는 집회나 시위는 역시 신고 단계에서 제한할 수밖에 없다고 의견이 모아졌다"고 덧붙였다. 당정은 또 이번 건설노조와 같은 노숙 집회를 집회·시위의 연장으로 보고 대응하기로 했다. 여기에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정당한 공권력 행사까지 위축시켰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공권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경찰 대응 매뉴얼을 개선하기로 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0~6시 사이 심야 집회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기로 밝힌 바 있다. 다만 특정 시간대 집회를 제한하는 집시법 조항이 이미 지난 2009년 헌재로부터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바 있어, 이번 법 개정도 위헌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당시 헌재는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 옥외 집회를 금지한 집시법 제10조에 대해 "입법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면서도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정도를 넘는 지나친 제한"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헌재가 2014년 같은 조항에 대해 '해가 진 후부터 같은 날 24시까지의 시위 금지'에 한해 위헌으로 보고, 자정 이후 시위 금지에 대해선 "국민의 주거 및 사생활의 평온, 우리나라 시위의 현황과 실정,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 감정 등을 고려해 입법자가 결정할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0~6시라는 구체적 시간대를 들고나온 것은 이 헌재 판결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불법 전력이 있는 단체의 집회·시위를 신고 단계에서부터 막겠다는 것도 헌법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윤 원내대표는 "아예 (집회 신고를)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며 "명백한 불법 전력이 있다고 무조건 금지나 제한하는 것은 아니고, 그런 단체가 여러 가지 집회의 시간이나 장소, 집회의 예상되는 태양이나 이런 걸 볼 때 직접적으로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경우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간이라든지 장소 인원이라든지 집회 신고 내역이나 전력을 종합적으로 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행 집시법 제5조 제2항은 '집단적인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조항은 사전에 구체적인 구호 등을 통해 방화, 손괴 등 폭력적 행위를 예고하는 집회일 경우에 해당한다. 헌재는 지난 2010년 이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도 "단순히 집회 또는 시위 주최자의 성향이나 과거의 전력만을 이유로 이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아니다"며 "구체적 사안에서 집회 또는 시위의 목적이나 장소,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것이 명백한지 여부를 가려 결정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법무법인 '감명'의 안갑철 변호사는 매일일보와 통화에서 "법 개정 취지는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불법 전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헌법상 집회·결사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기본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우려가 있어 다분히 위헌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정부·여당의 집시법 개정 추진에 즉각 '명백한 위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권 실정에 대한 풍자를 탄압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집회의 자유마저 박탈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며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명백한 위헌적 발상"이라고 맹비난했다. 아울러 "집회 자유를 포함한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떠받치는 핵심적인 기본권"이라며 "이를 제한하려는 어떤 시도도 민주주의에 대한 훼손이고 공격이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의 민주주의 후퇴 시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