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메모리 치킨게임 끝나고 차세대 D램 경쟁 본격화

내년 DDR5 전환 예고…삼성·SK 비중 확대 고부가 HBM, AI 시대 필수 반도체로 주목

2023-05-24     신지하 기자
삼성전자

매일일보 = 신지하 기자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DDR5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차세대 D램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며 하반기 실적 반등을 꾀하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 확산에 따라 고용량 데이터 연산에 필요한 D램 수요가 급증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삼성전자까지 메모리 감산에 돌입하면서 메모리 업황 조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만큼 앞으로 D램 시장을 둘러싼 양사의 기술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가 초거대 AI 서버용으로 구매하는 D램 제품은 128GB DDR5 모듈로, 현재 판매 가격은 1000달러 이상에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100~120달러 수준인 64GB DDR4 판매가보다 10배 비싸다. DDR5는 기존 DDR4보다 속도는 2배 이상 빠르고, 전력 효율은 30% 높다. 내년부터는 DDR4에서 DDR5로 세대 교체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인텔과 AMD 등이 지난해 말부터 DDR5 D램 규격을 지원하는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를 내놓으면서 DDR5 수요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인 옴디아는 D램 시장에서 DDR5 점유율이 지난해 3%에서 올해 12%, 내년에는 27%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2027년에는 52%로 절반을 넘어설 전망이다. 반면 DDR4는 지난해까지 점유율이 56%에 달했지만 올해는 36%로 축소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어 2024년에는 23%, 2025년부터는 한 자릿수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재고가 쌓인 DDR4 등 구형 공정을 중심으로 감산에 돌입, DDR5을 중심으로 생산 전략을 재편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수요 성장을 이끌 것으로 보이는 선단 제품 생산은 조정 없이 유지해 나갈 것"이라며 "현재 전체 PC·서버용 D램 수요 가운데 DDR5 채용 비중이 20% 초반까지 확대됐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도 "수요 성장을 주도할 DDR5와 HBM3 등 제품 생산에 투자를 집행해 하반기와 내년 시장에 대비할 것"이라고 했다.
SK하이닉스의
HBM은 최근 챗GPT 등 생성형 AI 서비스에 필수적인 D램으로 떠올랐다. 서버에서 원활한 AI 서비스 제공을 위해 빠른 데이터 처리 속도, 고성능 컴퓨팅 성능을 갖춘 HBM 탑재가 필수다. 현재 HBM 시장은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양분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50%), 삼성전자(40%), 미국 마이크론(10%) 순이었다. HBM 시장 규모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40~45%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상반기 HBM 차기 모델을 선보이며 시장 1위를 공고히할 계획이다. 최근 세계 최초로 D램 단품 칩 12개를 수직 적층한 24GB HBM3를 개발했다. 16GB의 기존 HBM3보다 최대 용량을 50% 확대한 제품으로, 현재 고객사에 샘플을 제공해 성능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한 단계 진보한 8Gbps의 HBM3E까지 샘플을 공급하고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챗GPT에 탑재되는 엔비디아의 'A100' 그래픽처리장치(GPU)에는 SK하이닉스의 HBM이 탑재돼 있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 기술 확보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HBM3 양산 준비도 마쳤다. 기존 제품보다 더 높은 성능과 용량을 보유한 차세대 제품인 HBM3P도 개발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AI 시장 성장에 집중하며 서버용 메모리 출하량을 늘릴 것"이라며 "시장이 요구하는 더 높은 성능과 용량을 갖춘 차세대 제품인 HBM3P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특허청에 '스노우볼트', '샤인볼트', '플레임볼트' 상표도 출원했다. 스노우볼트는 하반기 양산 예정인 HBM3P의 제품명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