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韓, 美·EU 공급망 재편 참여해야 中 무역제재 때 충격 축소"
24일 한국개발연구원 '2023년 상반기 글로벌 경제리뷰' 주요국 전략산업 공급망 재편에 따른 한국 취약성 분석 "中 교역 중단 시 우리나라 GDP 감소 폭 0.64%p 줄어"
2024-05-24 염재인 기자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미국 등 주요국이 핵심 산업의 중국 의존도 감소 및 역내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나선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이에 동참해야 국내총생산(GDP) 감소 폭을 최소화 등 경제충격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대내적으로는 전략산업의 공급망 다변화 관련 정책 수단을 도입하는 등 다각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4일 발간한 글로벌 경제리뷰 현안 분석 '주요국의 전략산업 공급망 재편 정책과 우리 경제의 대외 취약성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한국이 공급망 재편에 참여하는 효과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및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을 통과시키며 반도체·친환경 산업의 역내 경쟁력 강화 및 중국 등 역외 의존도를 축소하고 있다. EU도 지난해 반도체법(European Chips Act)을 발의하는 등 미국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나서고 있다. KDI는 반도체와 배터리가 포함된 전기 및 광학기기 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두 가지 시나리오로 분석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반도체 및 배터리 산업에서 미국과 EU가 중국과 교역을 중단하고 미국은 해당 산업의 60%를 북미로부터 조달할 경우를 가정했다. 첫 번째 시나리오처럼 공급망이 재편되는 경우 향후 중국의 무역 제재 발생 시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감소 폭은 0.004~0.016%포인트(p) 축소되는 등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과 유럽이 중국으로부터 반도체·배터리를 사지 않아 우리나라가 그 수요를 일부 대체하고, 중국의 반도체·배터리 생산 감소로 우리나라의 대중국 중간재 수출이 줄어들면서 중국 수요 의존도가 낮아지는 효과 등이 포함됐다. 그 결과 중국의 반도체·배터리 생산액 중 대미국, 대EU 수출 비중은 각각 1%에 불과해 주요 정책으로 인한 중국 반도체·배터리 생산 감소 영향은 크지 않았다. 또 우리나라의 대중국 반도체·배터리 중간재 수출 감소 영향 또한 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반도체 및 배터리 산업에서 미국과 EU 모두 중국과 교역을 중단하고 미국은 해당 산업의 100%를 북미로부터 조달하는 한편, 우리나라 등 동맹국도 중국과 해당 산업 교역을 중단하는 것을 전제했다. 두 번째 시나리오와 같이 공급망이 재편될 경우 GDP 감소 폭이 0.427~0.641%p 줄었다. 중국이 우리나라 생산 및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현저히 감소하면서 GDP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크게 축소되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반도체·배터리 생산에 대한 대중국 중간재 수출 비중이 23.8%에 달하는 등 중국 수요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중국과 전략산업 교역을 중단할 시 중국 무역 제재에 노출되는 비중은 크게 감소한다. 또 다른 동맹국도 중국과 반도체·배터리 교역을 중단해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 비중이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영향도 반영됐다. 우리나라가 직접적으로 중국과의 반도체 및 배터리 교역을 중단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중국으로부터 반도체 및 배터리 중간재 조달은 여전히 유지되는 것이다. 임희현 KDI 연구위원은 "주요국의 공급망 변화만으로 우리의 중국에 대한 취약성이 개선되는 효과는 미미하다"며 "반면 공급망 재편 정책이 동맹국까지 확대되는 시나리오에서는 한국이 공급망 재편에 참여하는 효과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요국의 공급망 정책에 대응하는 것을 넘어 대내적으로는 전략 산업의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정책수단을 도입하고 대외적으로는 양자 및 다자간 국제협력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