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인 칼럼] MZ세대는 왜 1등 기업을 거부할까

2023-05-25     매일일보
원동인

삼성전자가 "의미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며 사실상 인위적 감산을 공식 선언했다. 이는 1998년 25% 감산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만 생산하는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 달리 스마트폰과 가전,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사업군을 가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에서 발생한 3~4조원 안팎의 영업적자를 스마트폰이 만회해 준 덕에 그나마 1분기에 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보고 있다. 참고로 대만의 TSMC의 1분기 영업이익은 약10조원 달한다.

지금 반도체 시장은 조정기에 돌입했고 삼성전자는 미래 사업 분야로 TSMC가 장악하고 있는 파운더리 분야를 선택하고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이 한층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인재 양성과 확보가 필요하다. 그런데 인재 양성과 확보에 비상등이 들어왔다. 업계에 따르면 전국에서 매년 배출되는 반도체 관련 전공자는 600~700명 남짓이지만, 매년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은 1500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 추진해온 인재 양성 프로그램에는 지원자가 늘 부족하고, 회사의 미래 경쟁력에 중추가 될 박사급 인재를 확보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실제 2023학년도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정시 모집에서 합격자 전원이 등록을 포기하는 처참한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장학금에 100% 취업 보장도 통하지 않았다.

인재들을 키워놓아도 해외 기업으로 빠져나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최근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석박사급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지만, 좀처럼 방어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반도체 산업에 인력이 부족한 건 비단 우리나라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반도체 종주국이나 다름없는 미국에서도 인력 부족은 최근 심각한 화두로 떠올랐다. 인텔의 인사 부문 책임자인 신디 하퍼 부사장은 "최근 반도체 시장은 수요에 비해 지원자 규모가 매우 적다"며 "인재 채용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왜 반도체 기업이 떠오르는 세대들에게 그리 매력적이지 않은지 생각해봐야한다. 사람을 '갈아넣는' 방식으로 혁신을 지속해온 종합반도체기업(IDM)의 이미지는 MZ세대가 선호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난 2021년 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MZ세대가 괜찮게 생각하는 일자리 인식 조사에서 1위(63%)가 '워라밸이 보장되는 기업'이었다. 그들은 거대한 기업의 작은 부품이 되어 갈려나가는 것보다는 더 안정적이고, 자유로운 환경을 원한다. 

단순히 대규모 투자만이 아닌, 이미지와 문화, 근무환경 등의 혁신이 이루어져야 미래에도 반도체 강국의 위치를 유지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도체도 결국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미래를 여는 것은 청년 세대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