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누가 죄인인가

2024-05-25     조현정 기자
조현정

대한민국의 한 청년 정치인이 가상자산에 투자해 큰 돈을 벌었다는 의혹으로 맹공을 받고 있다. 일반 국민이 특정 자산에 투자하고 이익을 봤다면 오롯이 개인의 노력에 의한 결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 신분으로는 다르다. 다양한 위법적 요소로 인해 법 규제 범위 내 포섭하는 것에 신중할 수 밖에 없는 가상자산에 투자하고, 지속적으로 거래를 했다면 헌법 기관의 업무를 계속 수행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하지만 이 정치인은 무죄다. 그의 무죄는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의 법률적, 선언적 무죄만 의미하지 않는다. 40대 청년 정치인이 작금의 한국 정치판에서 제대로 된 정치인 수업을 받지 못하고 국회에 입성한 현실에 죄가 있다. 하루 아침에 소위 '금뱃지'를 달았지만, 국회의원의 덕목과 자질 등을 갖추지 못했던 데 큰 문제가 있다.

보통 한국 국회의원은 공직자, 법조인, 시민 단체. 교육계 중심으로 의회에 진출했고 학생 운동, 노동 운동 등 민주화와 개혁을 외친 이들과 고위 관료 출신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른바 586 세대 정치인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은 다양한 '운동'들을 통해 사상과 조직 운영 등 정치에 필요한 요소를 스스로 학습한 상태에서 제도권 정치에 '영입'됐다. 물론 정치인으로서의 덕목을 완벽히 갖추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핵심은 이들은 이미 정치인화 돼 국회에 입성했다는 점이다.  현재 청년 정치인이 정치에 입문하는 과정에서 정당 또는 시민 단체의 역할은 전무하다. 대신 각 직역에서 사회적으로 입지를 다진 인물들이 총선 국면에서 '청년' 타이틀을 달고 외부에서 영입되고 있다. 거대 양당의 시스템을 보더라도 청년이 정치에 입문하고 성장해 가는 과정을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 청년위원회가 존재하고 청년 최고위원이 존재하지만, 그 역시 상징적 개념에 가까울 뿐 시스템을 통해 성장의 기회를 부여하는 과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프랑스의 경우 정규 교육 과정에 헌법과 공법, 행정법, 노동법 등 법률, 유럽 시민과 투표권 확대의 역사, 정당과 노조, 다양한 단체 활동에 대해 가르치는 민주 시민 교육 과정이 촘촘하게 마련돼 있다. 가브리엘페리재단과 장조레스재단, 정치혁신재단 등은 일반 시민 대상으로 정치 교육을 제공한다. 정치인은 국가의 미래, 사회에 필요한 정책을 준비하고 법안을 심의·의결하는 존재다. 정치인이 정치인 다울 수 있는 교육 과정이 필요하다. 한국 교육 환경상 정규 교과 과정에서 어렵다면 이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사회 단체와 정당 내에도 교육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러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말만 할 뿐 실천하지 않았다. 그리고 청년 정치인에게 많은 것을 바라며 그들이 완전한 존재이기를 바란다. 가상자산 투자로 사실상 정치 생명이 끝나버린 청년 정치인에게 죄가 있다면 정치인의 덕목을 스스로 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상자산 투자가 문제고, 내로남불이 문제고, 서민 코스프레가 문제라고 하는데 정작 청년 정치인 교육을 제공하는 시스템에 대한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해당 정치인은 시스템 부재를 억울해 할 수 있다. 다만 자신의 행위에 책임지는 것 역시 정치인의 덕목임을 알아야 한다. 그 대가는 지금 우리가 보는 것처럼 냉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