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고금리 장기화, 경제주체 버틸 여력 줄어”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 임박…리스크 누적은 지속
매일일보 = 홍석경 기자 | 한국은행이 국내외 모두 현재의 고금리가 상당기간 장기화할 우려가 있다며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고금리가 장기화할수록 경제주체들의 버티는 힘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25일 발간한 ‘금리 인상 이후 우리 경제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주요국보다 반년 정도 일찍 금리 인상을 시작했고 금리를 3%포인트나 올린 데다 변동금리 비중이 높아 경제주체들의 이자 부담도 빠르게 증대했지만 국내 경제주체들은 우려보다 금리 인상의 충격을 완충해 왔다고 평가했다.
국내 기업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팬데믹 특수를 누리며 많은 영업이익을 축적했고 현금성 자산도 증가해 유동성 측면에서도 금리 인상의 충격을 견뎌낼 수 있었다. 작년 하반기 이후 수출 경기가 나빠지면서 초과 영업이익이 감소하지만 여전히 팬데믹 이전 수준을 상회한다.
산업간 회복세도 차별화되고 있다. 글로벌 긴축 국면이 동반되면서 금리에 민감한 IT·제조업 경기는 더욱 위축된 반면 서비스업은 상대적으로 금리에 덜 민감해 엇갈린 경기 흐름이 뚜렷해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조업 비중이 24.8%(2020년)로 높고 중국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어 중국 봉쇄 영향에 수출·제조업이 부진을 겪었다.
반면 늦은 방역조치 해제로 서비스업의 뒤늦게 회복되면서 제조업과 서비스업간 차별화가 크게 나타났다. 우리나라 제조업 비중은 미국(10.6%), 영국(8.7%), 프랑스(9.3%), 일본(19.7%)보다 더 큰 편이다. 제조업 부진은 우리나라 전체 성장률을 갉아먹는다.
우리나라는 주요국 대비 경제 활동 재개가 늦었기 때문에 서비스를 중심으로 펜트업 수요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한은은 보고 있다. 대출금리가 작년 4분기 이후 다소 하락, 금리 부담이 일부 줄어든 데다 그간 소진되지 않았던 초과저축 일부도 소비 재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또 하반기 외국인 관광객이 유입될 경우 국내 서비스업황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고금리가 상당기간 장기화한다는 점은 부담이다. 고금리가 장기화하면 경제주체들이 버틸 여력도 줄어들어 경기에 악영향이 불가피해진다. 한은은 “주요국 금리 인상 사이클이 점차 마무리돼 가고 있으나 과거보다 높은 수준의 금리는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리스크는 계속 누증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