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경영 전면 나선 오너家 3·4세들, 새 먹거리 '올인'

신사업 추진에 힘써…ESG 등 비재무목표 달성해야

2024-05-29     최동훈 기자
국내

매일일보 = 최동훈 기자  |  1970~1980년대생 재계 오너가 3·4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 맹황약하고 있다. 이들은 기존 사업 강화는 물론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신사업에도 과감하게 도전하고 있다.

26일 기업평가 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43개 대기업집단(그룹)의 3·4세 ‘젊은 오너’들이 입사 후 임원으로 승진하기까지 평균 4.5년(2021년 조사 기준) 소요됐다. 3·4세 경영인들은 부모세대(5.5년)보다 더욱 짧은 기간에 ‘별’을 달았다. 입사 후 수장 자리에 오르기까지 걸린 기간도 13.6년으로 부모세대(14.4년)보다 0.8년 짧았다. 3·4세 젊은 오너들이 임원으로 빠르게 승진할수록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부담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뿐 아니라 선친 경영 시절보다 더욱 복잡해진 사업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경영 공식을 새롭게 확보하는 과업을 부여받았다. 3·4세 오너들은 전문경영인들과 함께 공동 대표를 맡거나 사업별 자율경영 체제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경영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장재훈 현대차 사장, 송호성 기아 사장, 조성환 현대모비스 사장 등 CEO들과 함께 주력 그룹사의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권봉석 부회장과 함께 지주사 LG의 대표이사직을 함께 수행하고 있고,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김승모·류두형 등 60년대생 최고경영진과 함께 지주사 한화의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경영컨설팅 업체 머서코리아의 박형철 대표는 “현대 조직에서 의사결정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어 최고경영자(CEO) 혼자 의사결정을 해 나가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오너십을 가진 CEO가 성공하려면 이를 잘 보좌할 수 있는 전문경영인 그룹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3·4세 오너들은 기존 사업 강화를 위한 중대한 결단을 내리는 동시에, 새로운 관점과 참신한 아이디어로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로봇, 도심항공(UAM) 등 선행 사업분야를 미래 먹거리로 선정하고 관련 그룹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구광모 회장도 인공지능(AI), 바이오, 클린테크(저탄소 순환경제) 등 이른바 ‘A·B·C’를 바탕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도 우주, 방산 등 분야의 역량을 쇄신하기 위해 조직 개편을 단행하는 등 묘안을 찾고 있다. 정기선 HD현대 사장은 선박 수주 물량을 줄이는 등 사업 방정식을 다시 쓰고 있다. 제조 기업에서 솔루션 기업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기존 주력 사업에서 신기술을 통해 세계 1위 조선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동시에 신사업 분야에 도전해 미래 먹거리까지 챙기겠다는 계산이다. 1981년생인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장도 젊은 투자 감각을 통해 사업형 투자회사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기존 상사업에서 탈피하고 신사업 투자를 통해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이다. 3·4세 오너들은 시장으로부터 재무적 목표 뿐 아니라 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ESG)와 같은 비재무적 목표를 달성하도록 압박받고 있다. 기업별 ESG 평가 결과는 현재 자금조달 여건, 기업가치 등에 영향을 끼치는 주요 변수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3·4세 오너들이 양적 성장을 우선순위에 두고 관련 성과를 축적하며 그룹을 일궈온 선대에 비해 더욱 다양한 가치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유진 한국ESG기준원 선임연구원은 “오너가의 자녀세대들은 과도한 경제력 집중으로 인한 지배구조 비효율을 해소하고 사회적 책임을 충실히 실천하는 등 장기적 성장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비재무적 성과에 대한 평가와 사회책임투자(SRI) 이슈가 확대 논의되는 상황에서 자녀세대 오너의 책임경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