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선출원주의’ 악용 사례 증가…지식재산권 보호해야
국가 경쟁력 결정짓는 지식재산권 침해 잇따라 최근 5년간 부정경쟁행위 피해액 44조원 달해
2024-05-29 김혜나 기자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산업계 불어닥친 기술 탈취와 유출 증가에 따른 피해 최소화를 위해선 지식재산권 보호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지식재산의 가치 비중이 커지며 ‘기술 패권’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식재산권이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한다는 방증이다. 지식재산권(IP, Intellectual property rights)은 표현물이나 발명품 등 지식재산에 대한 권리를 말한다. 특허권·실용신안권·상표권·디자인권·저작권 등 다양한 종류가 속한다. 지식재산권 보유자는 자신의 지식재산에 대한 독점적, 배타적인 권리를 가진다. 국내 지식재산권 출원건수 역시 지난 2018년 이후 꾸준한 증가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식재산권 출원건수는 2018년 48만245건, 2019년 51만968건, 2020년 55만7256건, 2021년 59만2615건으로 나타났다. 2021년 해외 특허출원(PCT) 건수도 2만676건으로, 중국·미국·일본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상표법 제35조에 따라 한국 특허권은 선출원주의 방식으로 발명 시기와 관계없이 특허청에 먼저 출원한 발명에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선출원주의란 가장 먼저 출원한 자에게 특허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선출원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새로운 발명에 대해 출원을 빨리 하도록 유인, 세상에 신속히 공개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상표등록의 선출원주의 원칙을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아이디어·기술·디자인 등을 탈취, 자본력을 바탕으로 시장에 먼저 내놓은 사례는 이미 비일비재하다. 기업뿐만 아니라 소상공인의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다른 소상공인의 상호나 음식 조리법 등을 무단 선점해 상표를 등록한 것이다. 오히려 원래 주인에게 상표 사용료를 요구하거나 그의 유명세를 이용해 부당한 영업상 이익을 취하는 사례가 있었다. ‘2021년 부정경쟁행위 실태조사’ 결과, 지난 5년간 부정경쟁행위로 인한 피해는 39만여건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한 피해액만 44조원에 달한다. 이에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국내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해외 기업이 도용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전 산업계에 걸쳐 해외 기업에게 무단으로 기술이나 제품을 도용당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국가 핵심기술 등이 해외로 유출돼 발생한 피해액은 최소 25조원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해외로 도피한 범죄자의 소재나 해외 유출 업체 정보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 간 기술 탈취 문제는 이미 수많은 갈등을 야기하고 있고, 해외 기업의 불법 도용 행태 역시 심각한 상황”이라며 “특히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의 기술을 대기업이 무단으로 탈취하는 사례는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이 커진 지금도 무더기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기업은 주로 협업을 미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은데,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거절이 어렵다”며 “이들의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세심한 정책을 마련함으로써 소규모 기업들도 기술 개발에 안심하고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국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특허청은 현재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기술탈취 피해 기업이 증거를 선출하기 어려운 만큼 제도적인 개선을 이루겠다는 목표다. 국외 기술 유출과 지식재산권 침해 범죄 대응을 위한 국제공조 수사체계 구축에도 나선다. △미국·중국·동남아시아 등 주요국 해외 수사공조 시스템 모니터링 △해외 체류 중인 범죄자 소재를 파악하기 위한 네트워크 확립 △범죄수익 환수를 위한 수사기법 도출 등 국제공조 수사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추진 전략과 실행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