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中企 울리는 기술탈취…인식 개선이 우선
매년 분쟁 확대돼 최근 5년간 피해액 2800억원 달해 스타트업 “처벌 강화해 대기업 스스로 경각심 가져야”
2024-05-29 신승엽 기자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기술탈취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처벌 수위 강화는 물론, 대기업의 자체적인 인식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연일 고도화되는 기술 및 아이디어 탈취에 중소기업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현재 이뤄지는 처벌은 대기업에게 경각심을 가지게 할 수 없다는 것이 중소기업계의 주장이다. 대기업이 스스로 중소기업의 기술 및 아이디어를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한 실정이다. 중소기업의 기술탈취 문제는 국내 시장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 통상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거래할 때 특허 등의 안전장치를 가지지 않았을 경우 발생한다. 수‧위탁 거래 시 중소기업의 기술력 정보를 얻은 대기업은 비용을 아끼기 위해 해당 기업의 기술력을 모방한다. 실제 기술탈취 분쟁은 매년 확대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의 기술탈취 및 분쟁 상담 요청 건수는 2018년 5724건, 2019년 6152건, 2020년 6541건으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최근 5년간 피해를 인지했거나 기술침해가 발생한 중소기업 사례는 280건에 달했고, 기술유출 및 탈취 피해액은 2827억원에 육박했다. 기술탈취 관련 소송을 걸었지만, 패소한 중소기업의 비중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최근 4년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특허분쟁에서 중소기업의 패소율은 2018년 50%에서 2019년 60%, 2020년 71.4%, 2021년 75% 순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계는 대기업이 기술탈취 인지 전부터 물밑 작업을 더욱 치밀하게 펼쳤다고 주장한다. 스타트업의 경우 일반 중소기업보다 더 큰 리스크를 안게 된다. 국내 스타트업은 창업 초기 투자를 바탕으로 사업을 확장한다. 적자를 감수하면서 투자금을 바탕으로 몸집을 키우는 방식이다. 사업 초기에 이익을 내지 못해도 투자를 유치해 운영자금을 확보한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스타트업은 투자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기업설명회(IR)를 연다. 투자자들은 해당 스타트업이 시장에서 자리를 잡기 전부터 기술 및 아이디어를 미리 확인할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 대상의 장래성을 확인해야 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대기업의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의 경우 기술 및 아이디어 탈취 위협에 더욱 노출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현장에서는 기술 및 아이디어 탈취 처벌 강화로 대기업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계 한 관계자는 “스타트업의 성장은 투자금을 바탕으로 이뤄지지만, 기술 및 아이디어 침해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면서 “대기업들이 기술 및 아이디어 탈취에 경각심을 가지려면 중대재해법에 버금가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