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금융권 ‘코로나 빚 청구서’ 날아온다
5대 은행 연체율 3~5년 만에 최고치 저축은행 고정이하여신비율 5% 상회 경기둔화 맞물려 대출부실 우려 고조
2024-05-29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코로나19 이후 3년 여간 불어난 대출과 고금리에 따른 이자 부담까지 가중되며 시중은행의 연체율이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1금융권 외에도 취약차주가 많은 저축은행·카드사 등 2금융권의 연체율도 치솟고 있어 올해 하반기 대출 부실이 한꺼번에 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4월 원화 대출 연체율은 평균 0.304%로, 전달보다 0.032%포인트 올랐다. 전년 동월(0.186%)보다는 0.118%포인트 더 높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0.270%로, 전달보다 0.032%포인트 상승했다. 기업 대출 연체율(0.328%)도 전달 대비 0.034%포인트 올랐다. 5대 은행의 신규 연체율은 평균 0.082%로, 전달보다 0.008%포인트 상승했다. 신규 연체율은 해당 월의 신규 연체 발생액을 전달 말의 대출 잔액으로 나눈 것이다. 부실 대출 채권의 비율을 보여주는 고정이하여신(NPL) 비율도 3월 5대 은행 평균 0.242%에서 4월 0.250%로 상승했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은행 연체율은 큰 변동 없이 낮은 수준을 유지했으나 하반기부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은 올해 들어 0.30%대에 진입했는데, 이는 2021년 5월(0.32%) 이후 20개월 만이다. 은행권에선 금리 상승, 경기 둔화, 자산가치 하락, 수출감소 등이 차주의 상환 능력을 악화시켜 연체율이 상승하는 것으로 본다. 연체율 상승세는 이번 2분기 이후 더 뚜렷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대출금리의 갱신 주기가 일반적으로 6개월 또는 1년인 것을 고려했을 때 2분기 이후엔 거의 모든 차주에게 고금리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시간이 갈 수록 이자부담이 누적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초저금리 시절에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을 최대한도까지 받아 집을 산 ‘영끌족’,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 저소득·저신용 차주들의 상환 부담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오는 9월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코로나19 금융지원(이자 상환 유예)이 종료될 예정이어서, 연체율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은행권은 9월 이후 자체적인 연착륙 프로그램을 시행할 예정이고, 현재도 부실 위험을 관리하고 있는 만큼 큰폭의 연체율 상승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수출감소가 계속되고, 경기침체가 깊어진다면 연체에 몰리는 차주가 증가하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부실 대출에 더 취약한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연체율 상황은 더 심각하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저축은행업계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5.1%로, 2018년 이후 처음으로 5%대를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말 4.04%였던 점을 고려하면, 3개월 사이에 1.1%포인트 오른 것이다. 이들 업계의 연체율도 5.1%로 잠정 집계됐는데, 이 역시 2016년 말 이후 최고치다.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고금리와 경기둔화 등으로 중·저신용 차주의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상승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