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9월 위기설’…금융지원 끝나고 부동산PF 만기 속속 도래

코로나19 자영업 대출 1020조...'약한고리' 우려 커져 중기대출·PF 부실도 하반기 뇌관..."韓경제 흔들릴수도"

2024-05-29     이광표 기자
코로나19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코로나19 팬데믹 악몽이 걷히자마자 밑바닥에 있던 '약한 고리'들이 한층 더 부각되고 있다.

'빚'으로 근근이 연명해온 저소득 자영업자와 영세 중소기업들이 대표적이다. 늘어나는 대출액과 함께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는데 오는 9월이면 그동안 연장을 거듭했던 금융지원 조치들마저 종료된다. 또 저금리 시기에 풍부한 유동성으로 불이 붙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는 부실 뇌관으로 돌아왔다.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 전환과 함께 금융권뿐 아니라 한국 경제 전체에 위기설이 불거지는 배경이다. 29일, 더불어민주당 경제위기대응센터 자문위원장인 진선미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19조 8000억원에 이른다. 2021년 1분기만 해도 831조원 규모였는데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지난해 3분기부터 1000조원을 넘어섰다.  1년 전과 비교해도 100조원이 늘어난 것이며, 특히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의 대출 잔액이 720조 3000억원에 달했다. 차주 수는 2021년 말 262만 1000명에서 지난해 말 307만명으로 45만명가량 증가했다. 이중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신용자(7~10등급) 또는 하위 30% 저소득인 취약차주가 28만 1000명에서 33만 8000명으로 5만 7000명 늘었다. 전체 차주 증가율( 17.1%)보다 상환 능력이 취약한 자영업 대출자의 증가율(20.3%)이 더 가팔랐다.  은행권과 비은행권 대출잔액 비중은 60대 40 정도였다. 1년 전에 비해 은행권 대출잔액은 5.5% 늘었는데, 비은행권은 24.3%나 증가한 결과다. 업권별 증가율을 보면, 상호금융은 26.8%, 보험업 16.9%, 저축업 20.7%, 여신전문업 9.7%였다.  물가와 금리가 함께 오르면서 대출 원금과 이자를 갚기 힘든 자영업자들도 늘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2021년 4분기 0.16% 수준이었는데, 지난해 4분기에는 0.26%로 높아졌다. 다중채무자의 연체율 역시 같은 기간 0.8%에서 1.1%로 올라섰다. 정부가 3년 넘게 금융지원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 대출의 질적 악화가 발생했다는 점이 더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더미래연구소는 최근 한국금융연구원 자료를 분석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자영업자를 비롯한 소상공인 금융지원액이 65조 2000억원, 대출 원금 상환 만기 연장 및 이자 상환 유예 조치 규모는 지난해 6월 기준 141조 4000억원으로 추산했다. 그동안 5차례 재연장돼 만기 연장의 경우 2025년 9월까지 혜택이 유지되지만, 이자 상환 유예는 당장 오는 9월이면 종료된다. 그동안 지원 조치로 잠복돼 있던 연체 사례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지난해 말 시장조사 전문기관에 의뢰해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평균 대출 금액은 9970만원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16%는 대출액이 1억 5000만원 이상이라고 했다. 부담하고 있는 평균 이자율 수준은 5.9%로 1년만에 2%포인트가량 높아졌다. 또 21%는 8% 이상의 고금리 대출 이용자였다. 폐업을 고려한다는 응답 비율은 40%에 이르렀고, 바라는 정부 대책은 '저금리 대출 등 자금 지원 확대'가 20.9%로 가장 많았다.  최근 소상공인연합회는 성명을 내고 대출 상환 유예의 추가 연장을 요구했다. 연합회는 "소상공인은 아직 대출 상환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매출과 수익이 회복되지 않았다"며 "2분기에도 전기료는 kWh(킬로와트시)당 8원, 가스요금은 MJ(메가줄)당 1.04원 인상이 확정돼 소상공인 부담은 더욱 커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본격적인 원금 상환을 압박하는 것은 '불쏘시개를 지고 불 속으로 뛰어들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기업 대출도 적신호다. 이달 초 한국은행이 양경숙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국내 금융권 기업대출 잔액은 1874조원(은행 1221조 6000억원, 비은행 652조 4000억원) 규모다. 역대 최대이며 2019년 4분기(1263조 5000억원)에 비해 3년 만에 48% 급증한 것이다. 특히 2금융권 기업 대출은 같은 기간 82.6%나 불어나 652조 4000억원에 이른다.  또 금융권의 '뇌관'으로 불리는 부동산 PF 부실 우려는 증권사를 중심으로 더욱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증권사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10.4%로 불과 석달만에 2.2%포인트 높아졌다. 2021년 말까지만 해도 3%대였다.  금융당국은 PF 관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한 상각 확대 및 대출 전환을 유도하기로 하고, 증권업계에 방침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부실은 털어내고 건전성을 관리해나가려는 의지로 보인다. 한편 대출 부담은 곧 소비 부진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경제 전반적인 악재다. 김현열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금리가 1%포인트 인상될 때 소비는 0.49% 감소한다"면서 "이자 상환 부담 증가로 인한 소비 제약은 특히 자영업자 및 저연령층에게 크게 나타날 것이므로, 해당 계층의 소비 여력 및 상환 능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