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연착륙 위해 규제완화 필요” vs “견제장치 없으면 투기 재발”

규제완화 시점은 언제… 당장은 고금리로 효과 제한 전문가들 "미리 풀어놔야" vs "신중히 풀어도 안 늦어"

2023-05-30     나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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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나광국 기자  |  전세사기특별법 처리 이후 부동산 시장의 해묵은 문제였던 조기 규제완화 필요성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이미 풀린 전매제한 규제를 예로 들어 실거주 의무 등이 폐지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라며 조속한 처리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전세사기 피해가 확산되는 상황에 무차별적인 규제 완화는 사회문제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며 신중론을 내세우고 있다. 3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과반수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고금리로 위축됐던 부동산 시장이 잇따른 규제완화로 연착륙이 이뤄지고 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들은 시장이 위축한 때일 수록 규제를 더 풀어야 '물 들어올 때 노 젓기'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전매제한 해제와 함께 실거주 의무 규제를 같이 풀어주지 않는다면 시장에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며 “경기가 하락하는 시점에선 어느 정도 수요를 양성화시켜 시장 정상화를 해야 하고 그래야 정책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 랩장은 “여전히 고금리로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지만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는 가운데 저리 고정금리 대환대출 상품을 출시하고 규제지역 해제 조치와 같은 규제 완화책을 내놓으면서 올해 1분기 기준 전년 말 대비 거래량이 일부 회복돼 연착륙에 도움을 줬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2022년 출범 후 올해 들어 1·3대책 등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책을 내놨다. 가장 먼저 단행된 것은 세제 완화다. 출범 첫날부터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1년간 한시 배제했다. 이후 유예 조치를 내년 5월까지 1년 연장했다. 여기에 종합부동산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주택분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100%에서 60%로 이한하고 일시적 2주택 등 주택 수 제외 특례를 신설해 세 부담을 낮췄다. 대출규제도 풀었다. 생애최초 주택구매 가구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을 집값의 80%까지 확대해 대출 가능하게 했다. 또 무주택자 LTV 규제를 규제지역·주택가격에 관계없이 50%로 일원화했다. 규제지역 내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했고 아파트 중도금 대출이 제한되는 기준선은 분양가 9억원 이하에서 12억원 이하로 6년 만에 상향 조정했다. 공급 규제도 완화했다. 필수경비 인정 범위를 넓혀 분양가상한제를 개선했고, 재건축부담금 면제 금액도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늘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개선했다. 안전진단 구조안전성 비중을 낮춰 재건축 문턱도 낮췄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 경착륙 우려가 커졌던 올 초에는 대출·실거주·전매제한·청약 규제까지 확 푸는 전방위적 규제 완화(1·3대책)를 단행했다. 이에 대해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경착륙을 막기 위한 정부의 규제 완화책이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규제완화가 오롯이 시장 연착륙에 도움을 준 것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박 위원은 “시중 통화량 자체가 예전 같지 않은 데다, 경제성장률 둔화 등 악재가 있어 반등은 나타날 수 있겠지만, 당분간 본격적인 상승세로 전환하기에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규제 완화가 오히려 부동산 투기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강훈 변호사는 “주택가격 하락기를 거쳐 상승 국면에 돌입하면 규제 완화 정책이 주택 투기, 거주 목적의 주택 실수요자와의 경쟁 등 부작용을 불러 올 수 있다”며 “투기 규제 장치를 완화하는 것은 주거 정책의 공공성의 큰 후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규제 완화 카드 중 실거주 의무 폐지와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토지거래허가제가 해제되면 침체된 부동산 시장에 숨통이 트일 수는 있겠지만 투기세력이 유입되면 오히려 시장에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최근 전세사기로 피해를 입은 많은 사례가 나오고 임대차 사고에 대한 안정자치가 미비한 상황에서 실거주 의무 완화는 무리수”라며 “무조건 규제를 완화하기 보다는 지금은 속도조절과 시장 안정이 우선인 시점”이라고 말했다.     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