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건설업계 정비사업 침묵 장기화에 조합들 ‘아우성’

10대 건설사 1분기 정비사업 수주 전년比 32%↓ 서울서도 시공사 유찰 이어져… 일부 사업지서 조합장 교체

2023-05-30     권영현 기자

매일일보 = 권영현 기자  |  고금리와 공사비 인상이 여전한 가운데 건설사들의 '선별수주' 전략으로 정비사업 시장이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건축 조합들은 원활한 공사를 위해 정비사업 관련 규제완화를 주장하고 있으나, 막상 고금리 기조 유지와 높아진 공사비에 사업을 하겠다는 건설사들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3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10대 건설사의 정비사업 수주 총액은 4조52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51% 줄었다.

10대 건설사 중 대우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직까지 올해 정비사업 수주를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건설은 지난 22일에서야 1728억원 규모의 청량리제8구역 주택 재개발 사업을 수주하며 간신히 마수걸이 소식을 알렸다.

실제 올해 시공사 선정에 나선 서울 정비사업지 중 복수의 사업지는 시공사 선정 유찰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남성맨션 재건축 사업지는 조합이 6차례 입찰에 도전했지만 일반분양 물량(46가구)이 적어 사업성이 낮다는 이유로 건설사들이 외면했다. 이 사업지는 지난해 1월 첫 입찰을 시작으로 입찰 보증금을 낮추고 공사비를 올리는 등 건설사들의 참여를 독려했지만 기존에 단독 입찰했던 롯데건설마저 발을 빼며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공사 선정에 나선 사업지는 시공사 모시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편 기수주된 대형 정비사업지에서는 갈등이 지속되며 공사가 진척되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 재개발 사업지로 꼽히는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지는 지난 2월 상가 조합원들이 낸 가처분 신청이 인용돼 사업이 중단됐다. 최근 법원이 상가 조합원의 가처분 인용을 취소하면서 한남3구역 재개발조합의 손을 들어주며 3개월간의 공사 지연을 마무리하고 연내 이주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 연말 시공사를 선정한 한남2구역은 오는 8월 대우건설과 도급계약을 앞두고 조합장이 교체됐다.

그동안 전임 조합장과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 내홍으로 공사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만큼 지난 20일 열린 정기총회에서 홍경태 후보가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건설 원자재값 인상과 미분양 등 악재가 겹치면서 수익성이 떨어진 만큼 건설사들은 선별수주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최근 재건축초과이익환수 등 규제 완화가 정치권에서 언급되고 있으나, 고금리가 여전한 만큼 정책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올해는 아무래도 보수적으로 나갈 수 밖에 없다”며 “공사비가 크게 오르면서 수익성이 떨어져서 이전과 같은 공격적인 수주 전략을 짜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 한 소규모 재건축 사업지 조합 관계자는 “소규모 사업지 같은 경우엔 일반분양 물량이 적어 건설사에서도 수익성이 적어 관심이 적다고 들었다”며 “시공사 선정 자체가 난항이다 보니 공사비로 조합 내에서도 갈등이 터지고 있는 상황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