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생산·소비 위축 '경기부진 장기화'…재고율 '사상 최대'
31일 통계청 '2023년 4월 산업활동동향 및 평가' 발표
광공업 1.2%↓·서비스업 0.3%↓…제조업 재고율 130.4%
출하 감소가 재고 증가 원인…반도체, 재고율 가장 높아
2024-05-31 염재인 기자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지난달 국내 생산과 소비가 모두 감소하면서 경기부진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월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1.4% 떨어지며 5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경기 하방을 지탱해 줬던 소비도 3개월 만에 2.3% 감소했다. 아울러 반도체를 중심으로 재고가 늘면서 제조업 재고율은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은 생산보다 출하가 더 많이 감소하면서 재고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4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全)산업생산은(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는 109.8(2020년=100)로 전월보다 1.4% 줄었다. 이는 지난해 2월(-1.5%) 이후로 14개월 만의 최대 감소 폭이다. 전산업 생산은 지난해 10월(-1.1%), 11월(-0.5%)에 내림세를 보이다가 12월(0.1%), 1월(0.0%), 2월(1.0%), 3월(1.2%)은 상승세를 보였으나, 5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이중 광공업 생산이 전월보다 1.2% 줄면서 전산업 생산 부진을 이끌었다. 지난 3월(5.3%) 증가 후 한 달 만에 감소세 전환이다. 광공업 생산은 통신·방송장비(13.4%), 반도체(0.5%) 등에서 늘었으나 기계장비(-6.9%), 의약품(-8.0%) 등에서 줄었다. 제조업 생산도 전월보다 1.2% 감소했다.
제조업의 재고·출하 비율(재고율)은 전월보다 13.2%포인트(p) 오른 130.4%로 1985년 통계 수치가 나오기 시작한 이래 가장 높았다. 업종별로 보면 전월보다 반도체(31.5%), 석유정제(15.1%), 1차금속(4.4%) 등에서 증가했다. 통계청은 "광공업 생산이 1.2% 감소했지만, 출하가 4.6%로 더 크게 감소하면서 재고 증가분이 컸다"며 "업종별로는 반도체가 31.5%, 석유정제가 15.1% 증가해 재고율이 높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서비스업 생산은 도소매, 운수·창고를 중심으로 0.3% 감소해 전월(-0.5%)보다 감소 폭이 둔화했다. 금융·보험(2.0%), 정보통신(1.8%), 보건·사회복지(0.5%) 등은 늘었다. 반면 도소매(-3.1%), 운수·창고(-1.3%), 부동산(-1.9%), 협회·수리·개인(-2.0%), 숙박·음식점(-1.0%), 수도·하수·폐기물처리(-3.3%), 교육(-0.5%) 등에서 감소했다.
특히 코로나19와 관련한 공공행정이 크게 줄면서 전월 대비 12.4% 감소했다. 이는 2011년 2월(-15.3%)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코로나19 치료제 등 지출이 2~3월에 큰 폭 증가한 기저효과가 반영되면서 감소 폭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4월 105.2(2020년=100)로 2.3% 감소했다. 지난해 11월(-2.3%) 이후 최대폭 감소다. 특히 2월 의류 구입이 많았던데 따른 기저효과로 의복 등 준내구재 판매가 6.3% 줄었다. 음식료품·화장품 등 비내구재(-1.2%), 통신기기 및 컴퓨터·승용차 등 내구재(-1.7%) 등에서도 판매가 줄었다. 소매판매는 지난해 11월(-2.3%), 12월(-0.2%)에 이어 올해 1월(-1.5%)까지 3개월 연속 줄었다가 2월(5.1%), 3월(0.1%) 상승했으나 지난달 3개월 만에 다시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항공기 등 운송장비 투자가 늘어난 영향으로 전월 대비 0.9% 오르면서 한 달 만에 증가 전환했다. 영상, 음향 및 통신기기 등 기계류(-0.6%)에서 투자가 줄었으나 항공기 등 운송장비(5.9%)에서 투자가 늘었다. 건설기성은 반도체공장 건설 진척 등으로 건축(2.4%) 중심으로 전월보다 1.2% 늘었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0.2p 상승한 99.9를 기록하면서 3개월 연속으로 오름세를 이어갔다. 반면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2p 떨어진 98.0으로 6개월 연속 하락했다. 경기회복 시점의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통계청은 "경기 흐름이 최근 어려운 상태"라며 "전반적으로 전기·전자(IT), 반도체의 글로벌 경기 회복 상황에 따라 불확실 요인이 큰 상황"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