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제도 사각지대’ 유통산업 발전의 걸림돌
이커머스‧전자담배 업계 등…‘시장 논리 역행 규제’ 개선 답보 지역상권법‧수입콩 공매제, 부작용 속출…정부 차원 개입 필요
2023-05-31 김민주 기자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시대를 역행한 제도가 유통산업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시장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각종 규제를 혁신해야한단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전자담배 시장의 가장 큰 이슈는 ‘세금’이다. 전자담배총연합회 등 관련 단체들은 정부에 과세 개혁을 호소해왔지만, 오히려 적용 범위 및 강도는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의 과도한 과세정책이 비과세 니코틴을 찾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았단 게 업계의 주장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주요국 액상형 전자담배 과세현황소개’ 자료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1ml 기준 세금 1799원을 부과해 세계 1위를 차지했다. 2위인 미국 코네티컷 주가 제시한 1ml 기준, 492원보다 3.6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액상 전자담배의 용량이 30ml임을 고려하면, 액상형 전자담배 하나에 매겨지는 세금은 5만3970원에 달한다. 액상 전자담배 평균 판매 가격은 3만5000원대로, 세금이 제품 판매가를 앞지르는 기현상이 발생한다. 이커머스 업계의 경우, 코로나19를 계기로 규모가 확대됐지만 제도적 부재가 두드러진다. 플랫폼 사업자의 경제적 지위가 독점화되고, 시장지배적 및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각종 불공정거래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카카오톡 먹통 사태를 겪으며 플랫폼 독과점을 해결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높아지자 ‘카카오 먹통 방지법’이 개정되는 등 일부 진척이 보이고 있지만, 플랫폼 노동자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은 여전히 더디다. 중소상인 및 자영업자가 대다수인 이용사업자들은 입점 효과 대비 높은 수수료와 이로 인한 가격 인상, 생산단가절감 압력 등에 몸살을 앓고 있다. 본래 도입 목적에서 변질돼, 업계 생태계의 혼란을 야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역상권법’은 소자본 자영업자들의 영업권 보장 및 시장 내 경쟁력 제고를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본래 취지와는 다른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되려 골목상권의 성장을 정체시키고, 나아가 소비자들의 편리‧선택권에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지역상권 상생 및 활성화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4조에 따르면 시장‧군수‧구청장은 법 제31조제1항제3호에 따라 가맹본부의 연매출액이 ‘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에 따른 주된 업종별 평균매출액등의 중소기업 규모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 영업 또는 시설의 설치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 대기업의 입점으로 지역 상권 활성화를 꾀할 기회를 제약한다는 점도 문제다. 대형 브랜드 자체가 지역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기도 하며, 해당 브랜드를 찾기 위한 유통인구 증가로 파생되는 낙수효과, 집객효과 등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수입콩 공매제도’를 둘러싼 정부와 콩 가공 업계의 갈등 역시 매해 커지고 있다. 현재의 수입콩 공매제도는 콩 사용 물량이 많은 대기업 산하 업체들이 우선 물량 배정을 받는 사실상 ‘최고가 경쟁입찰’로 변모한 모습이다. 국내 두부업체 중 90% 이상이 전 직원 5인 미만 영세 사업장이란 시장 상황을 반영치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각 업계의 현실을 세밀하게 고려하지 못했거나, 본래 도입 취지에서 벗어나 시장의 혼란을 초래하는 제도는 정부 차원의 개입을 통해 빠른 개선을 이루는 것이 맞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규제를 개혁한다는 것은 수많은 이해관계의 상충과 계도 기간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