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정비사업 수주, 하반기 물꼬 트나
7월부터 서울시 조합설립인가 이후 시공사 선정 가능 조합과 시공자간 유착, 비리·공사비 증액 등 우려 존재 “사업성 높은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 양극화도 우려”
2023-05-31 나광국 기자
매일일보 = 나광국 기자 | 오는 7월부터 서울시내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시기가 현행 ‘사업시행인가 이후’에서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당겨진다.
이에 따라 현재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곳이 116개 단지에 달하는 만큼 주요 정비사업 시공권을 따내기 위한 건설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다만 수익성이 예상되는 곳에 수주가 몰리고 수익성이 낮은 곳은 사업 포기가 나오는 등 양극화도 심화될 전망이다. 3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다음달부터 이같은 내용의 서울시 개정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안’이 시행된다. 이에 따라 재건축 및 재개발 시공사 선정 시기가 최소 1~2년가량 앞당겨져 시공사 보증으로 사업 초기부터 사업비 조달(대출)이 유리하고, 인허가 등 사업절차도 앞당겨질 전망이다. 서울시 정비사업 정보공개 현황을 살펴보면 현재 서울시 내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가운데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곳은 116개 단지에 달한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다음달부터 시공사 선정이 가능해진 상황이다. 가장 대표 물량으로 꼽히는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 지구는 최근 조합원을 상대로 재건축 방안을 제시하는 설명회를 여는 등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강남에선 개포동 주공 5·6·7단지, 서초구 신반포 2·4·7·12·16·20차 등이 알짜 재건축 대어로 하반기부터 시공사 선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성동구 성수동 전략정비구역, 용산 정비창 일대 등 강북 재개발 구역들도 조합설립인가 단계로 7월 이후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공사비 증가와 시장 침체 등으로 수주를 미루는 건설사들이 많았는데 하반기 서울시내 저층 재건축이 마무리된 후 지역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만한 중고층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이 있어 건설사들의 승패가 달린 경쟁이 시잘될 것이다”고 말했다. 다만 전국에서 유일하게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의 시공사 선정을 사업시행 인가 이후로 진행해온 서울시에서 일종의 장벽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사업 초기 시공자를 선정하면 조합과 시공자간 유착, 비리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여기에 본래 재건축, 재개발 사업장의 설계변경의 경우 조합설립 인가와 사업시행 인가 사이에 진행되는 건축심의에서 주로 발생한다. 만약 이미 모든 설계가 확정된 상황에서 건축심의 결과 설계변경이 요구될 경우 추가로 공사비 증액이 일어날 수 있는 부분도 문제로 지적된다. 아울러 앞으로 사업성이 높은 단지에는 건설사들의 치열한 수주 경쟁이 이어지고 반면 그렇지 못하는 서울 이외 지역은 건설사들이 외면하는 양극화 현상도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시행사·조합 등 사업 주체와 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으로 인해 현재 신규 분양도 계속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반기 수주에 나서는 건설사들이 사업성이 낮은 곳은 외면하면서 앞으로 주택 공급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