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잔치’ 끝났다...시중銀 줄줄이 ‘어닝쇼크’

4대 은행 , '이자장사' 제동에 순이익 뒷걸음 대손충당금 2배 확대...실적 경신 행진 제동

2024-05-31     이광표 기자
시중은행의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은행의 지난 1분기 실적에서 이자이익이 뒷걸음질 쳤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에 시장금리가 하락한 데다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강화에 일조해 대출금리를 내려 순이자마진(NIM)이 줄어든 결과다.

대내외 금융시장의 불확실 속에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금융권의 대손충당금 규모는 확대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연장한 대출 140조원의 만기를 앞두고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4조8991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4조5870억원)와 비교해 6.8% 증가했다.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한 KB금융은 1분기 당기순이익 1조4976억원을 거두면서 신한금융(1조3880억원)을 앞질렀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4조642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KB금융(4조4133억원)을 앞선 바 있다. 하나금융은 올 1분기 순이익이 22.1% 증가한 1조1022억원을 기록했다. 우리금융의 순이익은 9113억원으로 전년보다 8.6% 늘었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의 실적을 이끈 이자이익은 감소했다. 4대 금융 합산 1분기 이자이익은 9조7197억원으로, 전 분기(10조5963억원) 대비 8.3% 줄었다. 신한은행의 순이자마진이 전 분기 대비 0.08%포인트 하락했고 같은 기간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각각 0.06%포인트, 0.03%포인트 하락했다. 국민은행은 0.02%포인트 상승에 그쳤다. 4대 금융지주의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1년 전보다 2배 수준으로 늘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 재무·리스크 담당 임원(부행장급)과 비공개 간담회에서 1분기 충당금 적립을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KB금융은 올 1분기 대손충당금을 6682억원 적립했다. 1년 전보다 약 4.6배 늘어난 규모다. 신한금융의 대손충당금 전입액(4610억원)은 지난해 1분기(2434억원)보다 89.4% 늘렸다. 하나금융의 1분기 대손충당금 등 전입액은 3432억원으로 1년 전(1646억원)의 2배 수준이다. 우리금융도 1분기 대손충당금 전입액을 지난해 1분기 1661억원에서 올해 1분기 2614억원으로 늘렸다. 금융권이 대손충당금을 늘리면 취약 부문의 부실 가능성에 대비하고 이익이 줄어 '역대 이익 경신'이라는 부담스러운 시선을 피할 수 있다. 고금리 시대에 이자 장사로 돈을 번 은행권이 '돈 잔치'를 한다고 비난을 받은 만큼 충당금 적립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이 0.36%로 전월 말(0.31%) 대비 0.05%포인트 상승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9월부터 금융권 자율 협약으로 전환하고 최대 3년간의 만기연장, 최대 1년간의 상환유예를 추가 지원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만기연장을 이용 중인 차주는 53만4000명, 124조7000억원 규모로 상환유예를 신청한 차주는 3만8000명, 16조7000억원에 달한다. 코로나19 만기연장은 최장 2025년 9월까지 가능하지만, 상환유예는 올해 9월 말 종료되기 때문에 10월부터는 정상적으로 빚을 상환해야 하는 실정이다.

오태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출원금이자 유예가 종료되면서 소규모 법인과 개인사업자들을 중심으로 연체가 우려된다"며 "금융권은 대손충당금 적립 등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대출자의 채무조정 등을 선별하는 데 필요한 통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