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전세사기 후폭풍에 재초환·실거주 의무 폐지도 논란
실거주 의무 폐지 시 깡통전세 심화 우려 정치논리 빠진 재초환 완화도 논의 연기
2024-06-01 나광국 기자
매일일보 = 나광국 기자 |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완화책이 국회에서 여야 이견차로 공전되면서 시장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전세사기특별법에 밀려 지지부진했던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 지역 실거주 의무 폐지는 깡통전세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국토교통위원회 심사 문턱을 넘지 못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소위에 상정됐지만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30일 열린 국토위 국토법안심사소위에서 여야는 실거주 의무 폐지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을 상정해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야당에서 실거주 의무가 없어지면 갭투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규제지역에는 실거주 의무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정부가 4월 주택법 시행령 개정으로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을 완화했지만 세트로 묶이는 실거주 의무가 대다수 단지에 그대로 존재해 효과가 반감되고 혼란은 커지고 있다. 현행법상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일부 단지의 경우 2~5년간의 실거주 의무가 있어 전매를 하더라도 실거주를 하지 않으면 최대 징역 1년 혹은 1000만원 벌금 처분을 받게 된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실거주 의무 폐지 관련 국회 논의가 갭투자와 전세사기 위험으로 보류되면서 분양일정이 지연된 1만5000여가구의 단지 상당수가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며 “전매제한 완화로 기대를 모았던 분양시장이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데 실거주 의무 폐지 불확실성까지 겹치면 수도권 지역에서 앞으로 청약수요가 주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역전세난 우려가 여전해 실거주 의무 폐지를 강행하면 전세사기 피해 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댛표는 “실거주 의무가 폐지될 경우 갭투자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고 임대 물량이 늘어나면서 전셋값이 지금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며 “최근 전세사기와 깡통전세가 문제되고 있는 상황에서 실거주 의무를 해제하면 역전세에 기름을 붓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재건축 부담금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논의조차 못되고 있다. 야당은 부담금 감면 자체에 반대하고 있진 않지만, 지나친 감제 정책이 될 것을 경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안과 이견 조율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앞서 재건축 조합들이 모인 전국재건축정비사업조합연대는 지난달 18일과 25일 국회 앞에서 집회를 갖고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조합연대 관계자는 “지난해 7월 기준 재건축 예정 부담금이 통과된 단지가 이미 전국적으로 84곳에 이르는데 관련 법 지연으로 사업 추진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며 “재건축 부담금은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그게 어려울 경우 감면안이라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