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디브 대선, ‘재벌-과거 독재자’ 연합 세력 승리
‘독재자 동생’ 당선, 유권자 매수 가능성…정정불안 우려
2014-11-17 국제부
[매일일보] 우여곡절 끝에 16일(현지시각) 몰디브에서 치러진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이변이 연출됐다. 30년간 ‘독재정치’를 펴온 마우문 압둘 가윰 전 대통령의 이복동생인 압둘라 가윰 후보가 승리가 점쳐져 온 무함마드 나시드 전 대통령에게 ‘역전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이로써 인구 35만명의 이슬람 국가인 몰디브에선 나시드 지지자 측 반발 등으로 당분간 정정불안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야민 후보 승리…‘과거 회귀’ 의미그의 승리에는 지난 9일 치른 1차 투표에서 3위를 차지해 낙마한 가심 이브라힘 후보의 힘이 무엇보다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몰디브 최대 갑부인 이브라힘은 결선투표 이틀 전인 14일 당 지도부 회의를 거쳐 야민 후보 지지를 전격 선언했다. 이번 결선투표 과정에서 일부 유권자가 매수됐을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물론 여타 군소정당들도 야민에 힘을 보태 고립상태에 직면한 몰디브 최대 정당인 몰디브민주당(MDP)의 나시드 후보에 맞섰다. 이브라힘은 지난 9월 대선에서도 3위를 차지했다. 당시 대선에서도 나시드와 야민이 나란히 1,2위에 올랐다.지난 9일 대선 재투표 1차 투표에선 나시드가 47%, 야민과 이브라힘은 각각 30%, 24%를 획득했다. 지난 9월 대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어 결선투표가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이브라힘 후보의 부정의혹 제기로 무산됐다. 지난달 치러질 예정이었던 대선 재투표도 경찰 제지로 실시되지 못하고 지난 9일로 미뤄졌다.이러한 과정에서 가윰 전 대통령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으로 나시드 후보나 국제사회는 의심한다. 야민 후보의 승리는 이 같은 사정 탓에 몰디브가 과거로 회귀하게 됐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그의 승리는 한마디로 재벌과 과거 독재자가 힘을 합친 덕분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나시드 후보 측이 부정선거 의혹 등을 제기하면서 몰디브 정정불안은 한동안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2008년 몰디브 사상 처음으로 다수당이 참가한 가운데 치러진 민주적 대선에서 가윰 당시 대통령에게 신승한 나시드는 작년 2월 가윰 지지자들의 시위 등으로 하야했다. 유럽연합(EU)은 몰디브의 ‘과거 회귀’에 대해 이미 경고한 바 있다. 따라서 유럽연합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몰디브 제재 등이 예상된다.압둘라 야민은 누구올해 54세인 야민의 아버지는 검찰총장 출신이고 이복형 가윰은 1978년부터 2008년까지 대통령을 지냈다. MDP와 시민단체는 가윰을 ‘독재자’로 부른다. 야민은 수도 말레에서 태어나 레바논 소재 베이루트아메리칸대학을 졸업했다. 토지측량사로 공직사회에 입문해 교역과 통상 부문 업무를 맡으면서 두각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단원제인 몰디브 국회에 1993년 입성해 4번 연속 의원 배지를 달았다. 가윰이 퇴임 후인 2011년 창당한 몰디브진보당(PPM)에 입당, 이번에 대선 후보로 나섰다. PPM은 이슬람식 민주주의를 지향한다.가윰은 현재 당 총재직에서 사퇴한 상태지만 여전히 ‘최고 지도자’로 군림한다. 야민은 대선 후보에 나서기 전까지 77석인 국회에서 18석을 가진 PPM 원내대표로 활동했다.의정활동 과정에서는 다당제를 도입하고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는 데 앞장섰다. 특히 교역 및 통상 부문 입법은 도맡다시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최종 유세에서 몰디브가 이슬람 국가로 남아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다른 종교와 문물에 개방적인 세속주의 성향의 나시드 후보를 겨냥했다. 야민은 대통령에 취임하면 정정불안 해소, 몰디브 경제의 주축인 관광산업 회복 등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세계적 휴양지 겸 신혼여행지로 유명한 몰디브에서는 관광부문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육박한다. 그러나 세계경기침체 등으로 관광객이 줄면서 경제성장률은 2011년 7.0%에서 지난해 3.4%로 크게 낮아졌다.뉴델리=연합뉴스